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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배조윤 160111

dbsldbsl 2016. 1.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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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 온 첫날 유니 얼굴에 반한 형배. 사고 치던 과거 같았으면 억지로 따먹고도 남았을 텐데 왠지 그러기가 싫은 거. 서울 오면서 새사람이 되겠다 결심도 했고. 물론 제가 지킬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어쨌든 그래서 안 어울리게 공부도 하고 얌전히 지내면서 유니한테 접근함. 유니 처음엔 험악한 인상에 움찔했다가 바로 개무시하는데 언젠가부터 저도 모르게 조금씩 받아주고 있겠지. 냉정하게 쏘여 붙여도 사실은 관심이 고픈 유니니까.

그래서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아 붙어 다니는 행배 밀어내지는 않는 사이까지 되고 좀 더 지나서는 유니 오전 내내 엎드려 있는 행배 등짝 때리면서 그만 자고 공부하라는 잔소리까지 할 정도로 발전함. 고마 좀 해라. 니 손 매운 거 모르나? 짝짝 소리 나게 몇 대 맞다가 유니 손목 턱 잡고는 강한 눈빛 쏘는 행배. 유니 처음 본 것도 아닌데 흠칫 놀라고는 아닌 척 얼른 뿌리쳤지만 좀 쫄았겠지. 내가 좀 심했나? 근데 그렇게 쳐다볼 건 뭐야? 인상도 더러운 게... 투덜투덜 입 쑥 내밀고. 수업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도 아무 말 없이 멀찍이 떨어져 걷는데. 그래도 둘 다 먼저 가버린다거나 하는 짓은 안 하겠지. 일정한 거리 유지하며 몰래 옆 힐끔대기도 하고. 뭐 그렇게 같이 가는 듯 아닌듯 하다가  행배 갑자기 유니 손목 잡고 성큼성큼 걸어서 약국 앞에서 멈춤. 미약하게 버티려다 말고 그냥 끌려가는 윤이. 괜히 또 싸우긴 싫으니까. 여긴 왜? 너 같은 애도 아플 때가 있냐? 내가 때린 등에 파스라도 붙이려고? 그게 아이고, 내 왔다.

어, 형배야. 하며 반갑게 맞는 건 형배 형 희철이. 둘은 열 살 차이 친형제인데 엄빠 이혼으로 십 년간 떨어져 살았음. 아빠가 재혼하면서 서울로 오게 되고 행배도 당연히 전학하면서 다시 만난 거. 행배 학교가 히처리 약국과 가까워서 아직 좀 어색하지만 형제니까 오며 가며 들르고. 용돈도 받고. 유니가 맨날 공부 못하는 (안 하는 거라고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겠지. 니가? 하면서 큭큭 웃어대고) 저 우습게 보니까 나도 이런 형 있다고 보여주려고 데려온 거. 행배 어깨 으쓱하며 뿌듯한 얼굴로 윤이 툭 치고 묻겠지. 어때 이제 내 좀 달라 보이나? 형이 약사인 거랑 너랑 뭔 상관이야. 윤이 새침하게 톡 쏘아도 행배는 제 형이 자랑스러울 듯.


어쨌든 그렇게 안면 트고 나서는 둘이 심심하면 들러서 비타민 같은 거 얻어먹고. 짜장면도 시켜달라 하고. 근데 윤이 싫다는 말 한 번 없이 행배 따라 들락날락하면서도 히처리한테 스스럼없이 대하진 못하겠지. 제게 늘 친절하지만 또래도 아니고. 저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주는 형이란 윤이 인생에 처음일 테니까.

그러다 행배 없이 혼자 집에 가던 날. 윤이 약국 간판 보이는 곳에 멈춰 서서 들어갈까 말까 망설임. 이래도 되는 건가, 싫어하진 않을까 싶어서 한참 서성대기만 하는데 문 열고 나오던 히처리 윤이 발견하고 환한 얼굴로 손 흔들겠지. 어 윤아 거기서 뭐 해? 안 들어오고. 윤이 아, 안녕하세요. 작은 소리로 꾸벅 인사하고 히처리 따라 들어가며 몰래 안도의 숨 내쉬겠지. 묻는 말에 겨우 대답하는 정도지만 둘만 있어도 괜찮구나 싶어서 자꾸 웃음 날 것 같다. 다정한 말투나 사소하게 저 챙겨주는 모습에 왠지 속이 간질간질한 것도 같고. 열 살이나 많은 어른이 어딘가 어설프고 맹한 게 신기하고 행배랑 너무 달라서 재밌기도 하고. 집에 가서도 생각하고 그래라.



-내 왔다.
-윤이는?

오랜만에 본 동생이 반갑지도 않은지 고개까지 쭉 빼어 제 뒤만 살피는 형이라니. 언제부터 둘이 그렇게 친해졌다꼬. 윤이 그놈아는 말 한마디 안 하드만.

-내보다 윤이가 더 좋나? 집에 일 있다 카데.
-좋기는... 맨날 오던 애가 갑자기 안 보이니까 그렇지.
-뭐라꼬?!
-아, 왜 소리는 질러?
-다시 말해봐라.
-뭘?
-윤이 가가 맨날 왔다꼬? 내도 없는데?
-그래, 윤이가 어린애도 아니고. 뭐 혼자 오면 안 될 이유라도 있어?
-...아이다.

희철의 말이 맞다. 윤도 얼마든지 혼자 올 수 있는 곳이고 그러지 못할 이유도 없다. 분명히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왠지 모를 불쾌감? 찝찝함?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꾸만 형배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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