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생겼다. 이제 전국을 떠돌며 무대 옆 천막 귀퉁이에 요를 깔고 쪽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이가 들끓는 싸구려 여인숙에서 밤을 보낼 필요 따위 없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 쓸고 닦던 제 방을 떠올린 s는 밝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주인은 저까지 셋이나 되었고 그 안을 채운 건 이부자리와 앉은뱅이책상 하나가 다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공동의 소유라 해도 방을 가져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수십 명이 빈틈없이 들어차 숨쉬기도 힘들었던 그곳을 제외한다면. 가장 넓은 방에 열이 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아버지는 한 시간이 넘도록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전쟁통에 가족을 모두 잃고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3층씩이나 되는 건물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눈물 없이 들..
s가 r 배 두들기는 거 보니까 임신한 r 보고 싶다. s 나이도 있고 사실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r 배 툭툭 치다가 기겁하며 쳐내는 r 때문에 ??? 욱하는 성질머리로 이유 묻기도 전에 표정부터 일그러지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뭐?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r. s 그거 못 참고 테이블 쾅! r 깜짝 놀라서 얼른 병원 갔다 왔어요, 아침에. 아 근데 r 애 못 낳을 거 같아 ㅋㅋ r 건강하지도 않고 너무 말라서 유산한 적 있다고 하자. s가 아는 건 엄청 초기에 한번, 모르는 것도 한번. 그것도 겨우겨우 됐던 임신이라 또 어떻게 될지 몰라서 r 일단 비밀로 했던 건데 오늘 안 척. s 눈 두배로 커져선 맨날 하는 그 엄청 기쁜 표정 짓고는 r 번쩍 들어서 돌려다 그대로 살짝 내려놔. 예뻐 죽겠다는 얼..
w가 s한테 짜장면 먹였으면 좋겠다. 먹으면 속 더부룩하고 한 이틀간은 아플 게 뻔한데 무서워서 못 먹는단 말도 못하고 깨작대다 w의 맛없어? 한마디에 아니 아니 완전 맛있어 나 짜장면 진짜 제일 좋아해 속으로 울면서 입에 쑤셔 넣는 s 보고 싶어.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 s 모습에 풋 웃음 터진 w, 짜장면 문 채로 으흐 어색하게 따라웃는 s. 묻었어, 휴지 내밀며 툭 던진 한마디에 s 귀는 화르르 불탐. 벅벅 닦아내고 고개 푹 숙인 채 짜장면만 먹는 s 속도 모르고 잘 먹으니 보기 좋네 싶은 w는 금요일마다 그것도 집으로 불러서 꼭 짜장면 사줌. 용기 없는 죄로 주말 내내 앓는 s만 혼자 개고생. s는 학기 초부터 w 빵셔틀이었음. 일진과 소심한 쭈구리가 짝이 됐으니 누구나 예상 가능한 조합이었지만 ..
사뿐사뿐 달리던 r이랑 자전거 타던 k랑 부딪치면 좋겠다앙. 운동할 땐 늘 핫팬츠만 고집(물론 지 각선미 자랑하려고)하는 r이라 살 다 까졌을듯. 피맺힌 무릎 살피는 r 보고 어쩔줄 모르던 k. 다짜고짜 등부터 내밀고 업히세요, 약국 아니 병워, 자전거나 태워줘요. 땅 짚고 일어나려다 휘청대는 r. 얼른 부축부터 한 k, r 조심스레 세워놓고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자전거 일으켜 세움. r 태우고 미친듯이 페달 밟다 허리 꽉 껴안는 힘에 흡, 또 넘어져요. 뒤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그제야 천천히 달리기 시작. 아 미친 그림 개좋아. 그러니까 둘이 다시 사귀라고ㅠㅠ 대충 가까운 약국 찾아 내려서 무슨 다리하나 부러진 환자 부축하듯이 하는데 그냥 좀 까진거임. r 충분히 혼자 걸을 수 있는데 굳이 거절안함.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