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생겼다. 이제 전국을 떠돌며 무대 옆 천막 귀퉁이에 요를 깔고 쪽잠을 자지 않아도 된다. 이가 들끓는 싸구려 여인숙에서 밤을 보낼 필요 따위 없는 것이다. 방금 전까지 쓸고 닦던 제 방을 떠올린 s는 밝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주인은 저까지 셋이나 되었고 그 안을 채운 건 이부자리와 앉은뱅이책상 하나가 다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공동의 소유라 해도 방을 가져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진, 수십 명이 빈틈없이 들어차 숨쉬기도 힘들었던 그곳을 제외한다면. 가장 넓은 방에 열이 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아버지는 한 시간이 넘도록 침을 튀겨가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전쟁통에 가족을 모두 잃고서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3층씩이나 되는 건물의 주인이 되기까지의 구구절절한 사연은 눈물 없이 들..
w가 s한테 짜장면 먹였으면 좋겠다. 먹으면 속 더부룩하고 한 이틀간은 아플 게 뻔한데 무서워서 못 먹는단 말도 못하고 깨작대다 w의 맛없어? 한마디에 아니 아니 완전 맛있어 나 짜장면 진짜 제일 좋아해 속으로 울면서 입에 쑤셔 넣는 s 보고 싶어.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 s 모습에 풋 웃음 터진 w, 짜장면 문 채로 으흐 어색하게 따라웃는 s. 묻었어, 휴지 내밀며 툭 던진 한마디에 s 귀는 화르르 불탐. 벅벅 닦아내고 고개 푹 숙인 채 짜장면만 먹는 s 속도 모르고 잘 먹으니 보기 좋네 싶은 w는 금요일마다 그것도 집으로 불러서 꼭 짜장면 사줌. 용기 없는 죄로 주말 내내 앓는 s만 혼자 개고생. s는 학기 초부터 w 빵셔틀이었음. 일진과 소심한 쭈구리가 짝이 됐으니 누구나 예상 가능한 조합이었지만 ..
s 쓸데없이 동정심만 많아서 맨날 w한테 구박받을 거 같아. 동네 개나 고양이는 물론이고 비둘기한테까지 과자 뿌려줬다가 등짝 맴매 당했을 듯. 왜 때려ㅠㅠ 아프다고 찡찡대면 w 튀어나온 s 입 꾸욱 밀어 넣고 손에 들린 과자 뺏어간다. 병신아 나 먹을 것도 없는데 길에 버려? w 한 움큼 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으면서 욕하지 말라고오! 빼액 소리 지르는 s 입에도 하나 넣어줌. 그러곤 가던 길 쭉 가는 w. 그 자리에 멈춰 선 s 과자 들고 점점 멀어지는 w 뒷모습 노려보다가 방향 틀어 사라지는 순간 아 진짜아! 결국 뛰어간다. 같이 가아~ 그 소리 듣고서야 기다려주는 w. 거칠어진 숨소리 가까워지면 한발 다가가서 팔 쭉 뻗어 하얀 손목 당긴다. 어어 하며 휘청대는 s 입에 마지막 남은 과자 하나 넣어주고..
1교시가 끝나고서야 어슬렁거리며 교실로 들어선 w는 휑한 제 옆자리에 미간부터 구겼다. 아 진짜 이 씨발년! 가방을 던져놓고 앞에 앉은 녀석에게 묻자 아직 안 온 것 같단다. 결석은커녕 지각이라도 하면 큰일 나는 줄 아는 게 뭐? 안 와? 보자 보자 하니까 지랄의 정도가 갈수록 더한다. 어제는 별거 아닌 일로, 뭐였더라? 어쨌든 길거리 한복판에서 제 뺨을 후려갈기는 만행까지 저지른 주제에 뭘 잘했다고. 저도 욱해서 반사적으로 손을 올리긴 했지만 그대로 내렸었다. 이 w가 이런 사람이다, 제 애인에겐 손하나 안 대는. 아 물론 그렇고 그런 손 말고. 근데 왜, 뭐가 또 마음에 안 들어서? 분명 성질 다 눌러가며 전화도 했었고 문자도 보냈고 확인하지도 않는 톡을 수백개... 지끈대는 미간께를 한번 꾹 누른 ..
제국 막내황자 h한테 시집온 제후국 세자 s. 제 자리 일곱이나 어린 아우한테 강제로 물려주고 인질이나 다름없는 신세로 신혼생활 중. 작지만 한 나라의 왕이 될 이였는데 황위와 관계없는 저의 정비도 아닌 차비가 된 s를 안쓰러이 여기며 아껴주려는 h와 달리 s는 첫날부터 딱딱하게 예의만 차리고 눈도 안 마주침. h 그런 s 심정 이해 못 하는 거 아니라 둘이 가끔 합방은 하지만 손하나 대본적 없을 듯. 계절이 두번 바뀌고 나서도 누그러지기는커녕 더 차가워진 s에 h 알게 모르게 마음 상하기 시작하는데. 여느 때처럼 합방은 했으나 멀찍이 떨어져 자던 hs. 어렴풋이 깬 h 옆자리 비어 있는 거 보고 한숨 푹 s 아직 날 밝지도 않았는데 처소에 딸린 정자에 올라가 떨리는 두손 모아 잡고 하염없이 저 멀리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