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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조윤 160117-01

dbsldbsl 2016. 1. 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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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상을 물리자마자 사발을 받쳐 든 이가 안으로 들어섰다. 제 시중을 드는 계집종이 아닌 대군저의 관리를 총괄하는 집사다. 수양의 명이라면 목이라도 선뜻 내놓을 충직한 개와도 같은 놈이 여긴 왜.

-웬 것이냐?
-대군께서 내리신 탕약이옵니다.
-무슨 탕약이냐 묻는 것이다.
-소인도 모릅니다. 갖다 드리면 아실 것이라고.

탕약이라니, 대체 저를 어디까지 욕보일 셈인가? 내밀어진 갈색의 액체를 당장이라도 뒤집어엎고 싶었으나 윤은 그저 소매 안에 감춰둔 주먹만 말아 쥐었다.

어젯밤, 여느 때처럼 윤을 품에 안고 가슴을 희롱하던 수양은 어이없는 타박을 했다.

-손에 쥐이는 게 없으니 통 주무를 맛이 나질 않는구나. 쯧쯧, 네 약관이 지났거늘 아직도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어.

계집 취급 당한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으나 수치심은 마를 새도 없이 다시금 솟아난다.

-이리 빈약해서야 원... 의원에게 가슴을 부풀리는 약이라도 지어 올리라 해야겠다. 죽어가는 이도 살려내는 것들이니 이깟 가슴쯤이야 못 키우겠, 저런, 내가 그리 말했다고 토라진 것이냐? 서운해할 것 없다. 그래도 윤이 네가 허리는 잘록한 것이 한품에 안기 적당하고 엉덩이는 살집이 도톰하여 이리 한 손 가득 들어차니 내가 어여삐 여기는 것이 아니냐.

토라지긴 누가? 채 숨기지 못한 분노가 얼굴에 드러난 모양이지. 윤은 저자의 시정잡배가 아녀자를 희롱하는 듯한 언사에 울컥해 입을 열려다 말고 입술만 씹었다. 수양의 지독한 성정을 너무도 잘 알아서였다.

처음 구음을 하던 날, 윤은 작은 입안에 담기 버거운 크기에 이를 세우고 말았다. -아... 낮은 신음이 들린 것 같았는데 어느새 제 머리채가 우악스러운 손길에 붙들려 있었다. 거침없는 손찌검에 작은 뺨이 금세 벌겋게 부어올랐다. 무자비한 폭력은 윤이 입술 새로 피를 흘려내는데도 멈추지 않고 계속되다 고통을 견디다 못한 윤이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뺨을 감싸 쥐고 나서야 끝이 났다. 윤을 던지듯 팽개치고 몸을 일으킨 수양은 방을 나서는가 싶더니 문밖에 선 계집종을 끌고 들어왔다. 그리고는 겁에 질려 덜덜 떠는 이에게 다짜고짜 제 양물을 물려준 채 몇 번 허리를 움직이다 말고 거세게 밀쳐내며 감히 왕족의 몸을 해하려 하는 것이냐고 불같이 역정을 내었다. 가엾은 계집종은 그 자리에서 장정들에게 붙들린 채 이 하나를 뽑혀야 했다. 그 꼴을 눈앞에서 본 윤이 쉽사리 거부의 말을 뱉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그래도 이건... 붉어진 눈가와 얇은 입술이 노엽게 떨렸다.


-당장 치워라.
-빈 그릇을 확인하라고 하셨습니다.
-내... 속이 편치 않아... 저녁도 몇 술 뜨질 못했다. 천천히 마실 것이니... 그냥 두고 물러가거라.
-나리, 제 앞에서 깨끗이 비우셔야 합니다. 거부하거든 팔다리를 붙들고 들이부어서라도,

윤이 화를 억누르고 가까스로 내뱉은 말에도 집사의 태도는 단호했다. 결국 윤은 어느새 문 앞에 모습을 드러낸 덩치 좋은 종놈들을 노려보며 집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보란 듯이 탕약을 마셨다. 빈 그릇을 내려놓자 당과 하나까지 내밀어졌다. 그것까지 입안에 넣는 걸 확인하고서야 집사가 허리를 숙이고 물러났다. 너른 방안에 긴 한숨이 흩어졌다.



비다시피 한 속에 무리가 된 것인지 윤은 자다 말고 탕약을 게워내야 했다. 아랫것들에게 흉한 꼴을 보이기 싫었다. 아침이면 자연스레 알게 될 테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굳이 소란을 피우고 싶진 않았다. 윤은 더러워진 금침을 대충 접어놓고 자리옷을 갈아입었다. 희미한 달빛만 스며든 어두운 방 안에서 벽에 기대앉아 다리를 끌어모은 모양새란, 얼마나 처량한 것인가. 하하, 윤은 굳은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려 웃었다. 제가 듣기에도 어색한 웃음소리는 금세 자취를 감추고 애써 잊고 있던 설움이 복받치며 눈가가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야심한 시각에 제 처소에서 조용히 운다 한들 그 누가 알겠냐만은, 뜨거운 것이 제 볼을 적시는 게 싫어 윤은 몇 번이고 눈을 깜빡였다. 그 덕에 눈물은 흘리는 것만은 다행히 면했으나 자리끼로 입을 헹구고 침을 몇 번이나 넘겼는데도 시큼하고 쌉쌀한 맛이 여전히 입안을 감돌며 한참 동안 윤을 괴롭게 했다.



-내 조반을 거르겠다 분명히 일렀거늘.
-의원이 다시 제조를 하였으니 어제 같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양은 차츰 늘려가면 되는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문을 열고 아침상을 직접 들여온 이는 어제의 그 집사였다. 누가 양이 문제라 하더냐? 그것을 삼킬 일이 걱정이다, 라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입 밖으로 한마디도 내지 못한 윤이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앞에 버티고 선 이를 내치기 위해 급하게 손을 놀려 허연 죽을 목 안으로 밀어 넣는 것뿐이었다. 그릇을 비우고 고개를 들자 반절로 줄어든 탕약이 내밀어졌다. 그것을 받아들어 단숨에 마시고 이제 되었냐는 뜻으로 쏘아보는 윤에게 집사는 만족한 얼굴을 해 보이곤 조용히 물러났다. 대군은 저를 진정 계집으로 만들 셈인가? 단지 놀리려는 것이겠지, 어엿한 사내에게 계집의 가슴이 가당키나 하냔 말이다. 그냥 기를 보하는 약일 것이야. 애써 저를 다독이며 새로 깔린 금침 위에 곤한 몸을 눕히자 무거운 눈꺼풀 위로 금세 수마가 덮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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