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Y

초인조윤 160107

dbsldbsl 2016. 1. 15. 17:38
반응형
인은 두 눈을 꾹 감고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귀를 틀어막아도 요사스러운 웃음소리가 아직도 주변을 떠도는 것만 같다. 아바마마의 옆에 들러붙어 혜안을 흐리는 천하디 천한 것, 그리고 그 치맛자락에 매달린... 으악! 목이 터져라 고함을 내지르자 겹겹의 문이 급하게 열린다.

-저하, 고정하시옵소서.

인은 어쩔 줄 모르는 이의 앞에 서책을 마구잡이로 집어던졌다.

-물러가라,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지란 말이다.

씩씩대며 들어 올린 벼루를 보고 나서야 내관은 사색이 된 얼굴로 뒷걸음질을 친다. 다시 혼자가 된 방안. 인은 금세 지친 몸을 금침 위로 눕혔다. 거칠어진 호흡이 쉬이 진정되질 않는다. 잊으려 해도 자꾸만 떠오르는 그림. 저는 꿈꿀 수조차 없는... 인은 이미 감은 눈 위에 손을 얹었다. 시큰거리는 것이 심상치 않아 있는 힘껏 눌러 보아도 뜨거운 물줄기는 기어코 좁은 틈을 비집고 흘러내린다.



일 년 내내 산책을 거르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거나, 밤새 쌓인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든 아침에도 말리는 아랫것들을 무시하고 고집스레 동궁 주변을 한 바퀴 돌곤 했다. 어의가 분명히 말하였다. 꾸준히 움직여야 다리가 굳지 않는다고. 인은 제 뒤를 따르는 가마를 한 번 노려보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걸음을 옮겼다. 어느새 겨울은 제 몫을 다하고 물러났는지 따스한 햇살은 포근함마저 담고 있다. 그 덕에 산책로는 평소보다 배나 길어졌다. 자꾸만 저를 부르는 내관을 모른 체하며 쉬지 않고 걷던 인은 새 단장 중인 후원 앞에서 멈춰 섰다. 얼마 후면 펼쳐질 장관에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만발한 꽃들에 파묻혀 지저귀는 새소리를 듣는 제 모습을 떠올리던 그때, 감상에 빠져 있는 인의 귀를 자극하는 다급한 목소리.

-저하, 어서 이쪽으로.

반응형

'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배조윤 160111  (0) 2016.01.16
초인조윤 160116  (0) 2016.01.16
영화조윤 1614  (0) 2016.01.15
태오조윤 160109  (0) 2016.01.15
희철조윤 160108  (0) 2016.01.15
댓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