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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위엔 어지러이 흩어진 이불뿐, 안쓰러울 만큼 웅크리고 있어야 할 마른 등은 여전히 보이질 않는다. 우치는 쓰러지듯 주저앉아 소파에 지끈대는 머리를 기댔다. 소박한 이 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철저히 윤의 취향에 맞춰 결혼 축하 선물로 제가 직접 골라 보냈던 것이다.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고맙다, 형식적인 인사만 건넨 녀석과 달리, 역시 날 제일 잘 아는 건 너라며 환하게 웃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한데. 불과 몇 주 전 일이 희미하게 바랜 추억이 된 것만 같다. 이곳에 윤이 없는 걸 확인하고 밤새 둘의 추억이 어렸을 법한, 얼마 되지 않는 장소들을 샅샅이 뒤졌음에도 되돌아온 건 저뿐이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대체 어딜 간 거니 윤아. 함께해 온 시간이 그렇게나 긴데 감조차 잡히지 않는다. 네 향기가 남아 있는, 너와 그 녀석의 집에서 나는 이렇게 홀로 너를 기다리고 있다.
가지 마, 가지 마 윤아. 아련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짭짤한 맛이 입술 새로 스며든다. 손에 쥐고 있던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집에서 온 네 번의 연락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우치는 젖은 뺨을 닦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기대와 불안이 뒤섞여 심장이 터질 듯 뛰어댄다. 1년과도 같은 1초가 지나고 두 번째 신호음이 들리기 직전 애타게 기다리는 윤의 목소리 대신, 지척에서 울리는 듯한 진동이 귀를 자극했다. 고개를 돌려 잽싸게 주위를 훑었다. 잘게 떠는 쿠션 아래로 삐죽 모습을 드러낸 건 저 때문에 수십 번은 몸을 떨었을 윤의 휴대폰. 애처롭게 존재를 알리고 있는 광경에 눈앞이 아득해진다. 어딨니 윤아.
우치는 기운 없이 늘어져 있던 팔다리를 끌어모아 몸을 일으키고 무거운 걸음을 떼었다. 언제까지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니 우선 신고부터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윤이 있을만한 곳을 다시 한번, 아니 몇 번이라도... 이렇게 눈을 뜨고 있어도 네 잔상은 흐려지질 않는다. 점점 멀어져 가던 너의 뒤에서 나는 그저 한 발도 떼지 못한 채 울고 있었다. 무력하게 사라지는 너를 바라봐야만 했다. 우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다시는 놓치지 않아. 절대 내게서 떠나가게 두지 않을 거다. 어? 닫히려던 현관문을 거칠게 열어젖힌 우치는 급하게 두 눈을 깜빡였다. 정면으로 보이는 테이블 위가 휑하다. 왜 이제야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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