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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조윤 1500-05

dbsldbsl 2015. 8. 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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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인을 억지로 취한 건 전하가 아니십니까.


핏발 선 눈으로 악을 쓰는 윤에 눈가를 씰룩이던 왕은 옆에 놓인 몽둥이를 만지작거렸다. 분노로 이글대던 윤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두려움으로 물들었다. 곧이어 닥칠 고통이 예상되어 덜덜 떨려오는 몸을 억지로 굳힌 채 두 눈을 꾸욱 감자 귓불을 잘근대던 왕이 이에 힘을 주어 강하게 씹었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아픔에 크게 뜨인 눈이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었다. 왕은 비릿함과 짭짤함이 어우러진 윤의 뺨을 천천히 핥으며 피맺힌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네 마음이 어딜 향해 있든 짐은 개의치 않을 것이다. 다만 이 몸뚱이는 죽어서도 짐의 곁을 떠날 수 없을 것이야.

말을 끝내기 무섭게 팔을 높게 들어 올린 왕이 윤의 왼쪽 무릎을 후려쳤다.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던 윤은 오른팔이 부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결국 정신을 놓았다. 왕은 덜렁이는 팔다리를 바라보다 물을 끼얹으라 명하고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윤의 머리채를 강하게 잡아 쥐고 다시 물었다.

-그놈이 너를 겁간했느냐?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끔찍한 통증에 덜덜 떨기만 하는 윤의 이마에 길게 입 맞춰준 왕은 달궈진 인두를 집어 들었다. 제대로 떠지지 못했던 눈동자가 겁에 질려 휘둥그레진다.

-전하... 제발...

왕은 애원하는 소리 따위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묶여서 꼼짝하지 못하는 주제에 뒤로 몸을 빼려는 윤에게 조소를 날렸다. 피로 물들고 여기저기 찢어진 옷을 들추어 상처 가득한 가슴에 인두를 갖다 대자 흡사 짐승의 것과도 같은 비명이 귀를 찢을 듯이 울렸다. 벌겋게 부풀어 오르는 제 휘, 유를 보며 비틀린 웃음을 짓던 왕은 혼절한 윤에게 말을 건넸다.

-내 진작에 이리 할 걸 그랬구나. 이름을 새겨 놓지 않아 주인 없는 물건인 줄 알고 아무 놈이나 건드린 모양이니. 윤이 너도 이번 기회에 잘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이 몸뚱이가 네 것이 아님을.





만신창이로 처소에 던져진 윤에겐 최소한의 치료만이 허락되었다. 그마저도 하루 세번 들어 용태를 살피는 어의가 사람을 시켜 상황을 알리고, 대전으로 불러들인 왕의 앞에서 이제까지의 경과와 예후를 상세히 보고하는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 회복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작정하고 부러뜨린 팔다리는 시일이 지나도 제구실을 하기 어려울 것이며, 온몸에 가득한 상처도 희미해지긴 하겠으나 그 흉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어의의 말에 윤은 그저 손만 한 번 내저었다. 이미 제 것이 아닌 몸 따위야 어떻게든 되든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니었다. 왕이 피를 쏟던 그를 의원에게 데려가라 명했어도 그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제 수족같이 굴던 처소의 상궁 나인들은 머리카락 한 올도 볼 수 없었고 제 시중을 들고 있는 나이 지긋한 무수리는 어떤 말을 건네도 들리지 않는 듯 제 할 일만 하고는 사라졌다.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은 뒤로 미뤄둔 채, 그의 목을 틀어쥔 왕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윤은 때마다 올라오는 죽그릇을 깨끗이 비우고 내밀어진 약을 얌전히 받아 마셨다.



어의의 방문이 하루에 한 번으로 줄어든 즈음, 윤은 누워만 있던 몸을 일으켜 작은 창을 열었다. 그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 찬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자 금세 기침이 난다. 한심한 몸뚱이에 기가 찼지만 창을 닫고는 딱히 할 것이 없어 윤은 이리저리 두리번대다 오랜만에 서책을 들추었다. 눈으로 훑어내려도 머리로는 이해가 되질 않는 글자들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정신이 들던 날부터 보였던, 문 앞을 단단히 지키고 선 병사들 쪽으로 시선이 갔다. 이미 반병신이 된 터라 방을 나서기도 힘겨울 지경인데 저리 감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지. 검은 인영을 보며 짓던 씁쓸한 웃음은 아른대는 환영에 금세 자취를 감춘다. 꼭 그와 같은 차림을 하고 피를 울컥 쏟아내는 이는 커다란 갓 아래 얼굴이 없다. 윤은 눈을 질끈 감고 울렁이는 가슴을 힘주어 누르며 몸을 뉘었다. 차라리 잠에 드는 게 나을 듯싶다. 꿈에서만큼은 시큰한 눈가를 차게 식은 손으로 덮지 않아도, 비릿한 향에 입을 틀어막지 않아도 될 터이니. 그저 너른 품에 안겨 웃음 짓기만 하면 되었으니까.



윤이 어느 정도 기력을 찾았다는 소식에 왕은 밤늦게 연화당에 들었다. 깨우고 싶지 않아 어울리지 않게 조심조심 발꿈치도 들고 걸었다. 침소 안의 윤은 희미한 달빛 아래에서도 하얗게 빛이 났다. 길게 누운 몸을 아래부터 천천히 훑었다.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일부러 찾지 않았었다. 말이고 손이고 곱게 나갈리가 없으니 그리했다. 그런데... 곤히 잠든 얼굴에 살며시 어린 미소는 저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분명 꿈속에서 만난 그놈을 위한 것이렸다. 머릿속에서 무언가 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채를 휘어잡고 다짜고짜 입을 들이대 혀를 얽자 잠결에 봉변당한 윤이 놀라 버둥대었다. 저인 걸 알고 금세 얌전해진 입술에 벌을 주듯 세게 씹어 새어 나오는 비릿한 피를 빨았다. 옅게 신음하며 움찔거리던 몸을 놓아주고 붉어진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낸 왕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네 말대로 무고한 이에게 죄를 묻고 싶지는 않으니 처신을 잘 하거라.

영문도 모른 채 거칠게 다뤄진 윤이 채 답을 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입을 맞춰준 왕은 그대로 방을 나섰다.





서책을 넘기던 윤은 쿵쿵대는 발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부서질 듯 거칠게 열린 겹겹의 문들이 금세 익숙한 형체를 뱉어낸다.

-어서 원자를 생산해야 하지 않겠느냐. 짐은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다.

몸을 일으켜 절을 올리기도 전에 등이 바닥에 닿았다. 다급한 손길은 순식간에 옷을 벗겨냈다. 맥없이 휘둘리며 윤은 그저 입술만 안으로 말았다. 흔적조차 남지 않은, 딱 한 달 전, 깨물렸던 곳에 아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잠을 자던 제게 행패를 부려놓고도 왕은 몸을 취하지 않았다. 그저 드러난 목덜미며 손목 따위를 피가 맺힐 때까지 괴롭히다 아쉬운 표정으로 품에 안고 잠들기만 반복할 뿐이었다. 누구도 직접 묻지는 않았으나 당연히 그와 살을 섞었으리라 믿는 듯했다. 교합한 적이 없으니 회임할 리가 만무하다는 사실을 굳이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제멋대로 생각하도록 내버려 두었는데, 드디어 어의에게 회임하지 않았다는 확답이라도 받아낸 모양이었다. 날이 채 저물기도 전에 몸을 겹쳐오는 왕의 행동에 윤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살결은 예전과 달리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채찍질로 인한 흉터가 온몸에 가득했고 직접 새겨준 낙인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흉했다. 하지만 그 굴곡진 피부가 오히려 더 달콤한 향을 뿜어내는 듯해 왕은 이리저리 입술을 묻었다. 무언가 부족했던 몸에 제가 만들어준 흔적이 더해져 비로소 완벽히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 가슴에 들어찼다. 내 것이다, 진정한 내 소유. 머리카락 한 올, 숨결 하나까지 모두 다 짐의 것.

불편한 팔다리 사정을 봐주지 않고 몰아친 탓인지 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금세 지쳐 늘어졌다.

-전하... 제발...

울며 애원하는 쉰 목소리를 모른 체하며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는 몸을 우악스러운 손길로 끌어당긴 것이 몇 번인지 모른다. 거부할 기운도 없이 그저 눈물만 흘리는 윤을 짓누르며 아무리 채워도 모자란 안에 넘쳐흐르도록 토정을 한 횟수가 셀 수도 없다. 정확한 지점을 반복해 자극했고, 정신을 잃을라치면 뺨을 쳐 깨웠다. 울음을 흘리던 입술에선 얼마 안 가 바람 빠지는 소리만 났고, 종국에는 뻐끔대던, 그 작은 움직임마저 없었다.

밤새 열이 올라 붉게 달궈진 몸뚱이는 윤이 스르르 정신을 놓으면서 차츰 식어갔다. 왕은 간간이 윤의 목숨이 붙어 있나 확인을 하면서도 몸짓을 멈추지 않았다. 오늘이 아니면 죽을 것처럼 윤을 가지고 또 가졌다. 얇은 뱃가죽이 수없이 솟았다 가라앉았다.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윤에게만 기나긴 밤도 어스름한 새벽빛 아래 점점 모습을 숨겼다. 기진해 잠든 윤을 안고 왕은 판판한 배를 쓸었다. 그래도 평소보다 부푼 듯한 느낌은 제가 밤새 채워주었기 때문이리라. 꾸욱, 누르는 힘에 주르르 샌 체액이 금침을 적신다. 아까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괜찮았다. 이리 흘러나오는 것이 아닌, 용종을 품어 부풀어 오를 날이 머지않았다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교합한 덕에 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임을 하였다. 이미 예상한 바였으나 감축드린다는 어의의 말에 가슴 한편이 지끈거렸다. 그날 밤, 꿈에 나타나 늘 웃어주던 그가 짓는 슬픈 표정에 윤은 잠결에도 마음이 아팠다. 시일이 지날수록 그의 모습도 변해갔다. 헤어지던 날처럼 피를 쏟기도 하고, 풀밭에서 입을 맞추다 눈을 뜨면 목이 잘려 있기도 했다. 안정을 취하기는커녕 제대로 잠을 자는 날이 드물었다. 윤은 그에게 무슨 변고가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왕에게 물으려 입을 열다가도 다시 다물기를 반복했다. 괜히 혀를 잘못 놀려 혹여 붙어있을 지도 모르는 목숨을 앗을 수는 없었다. 나날이 쌓여가는 근심에 둥글게 부풀어 오르는 배와 달리 산부답지 않게 점점 말라가던 몸은 결국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왕은 하혈까지 하며 위독한 상태에 이른 윤의 손을 붙들고는 열로 들끓는 이마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안절부절못했다. 고통이 심한 것인지 앓는 중에도 감긴 눈에서 눈물이 끊이지 않아 눈가가 벌겋게 짓물렀다.



열이 가까스로 내릴 때쯤에야 윤이 살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윤아, 드디어 정신이 든 것이냐?

꼬박 이틀 만에 보는 눈동자에 반색하며 말을 건넸으나 윤은 제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그자를... 결국 죽이셨습니까...

앓는 동안에도 악몽에 시달리던 윤은 눈을 뜨자마자 보인 용안에 내내 궁금하던 것을 물었다. 왕은 윤이 온전치 않은 정신으로 내뱉는 말에도 화가 치밀어 붙들고 있던 마른 손을 강하게 잡아 쥐었다. 으스러져라 힘을 준 탓에 윤이 가늘게 신음을 흘려내어도 놓아주지 않던 왕은 여러 번 숨을 내쉰 뒤에야 가까스로 손을 풀어내고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대듯 경고했다.

-목이 아직 제 자리에 붙어있으니 떨어뜨리고 싶지 않거든 다시는 그놈에 대한 말을 꺼내지 말라.

살아있다는 말만 듣고 안심한 건지 금세 편안한 표정으로 잠에 빠진 윤을 보며 왕은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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