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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조윤 150928-02

dbsldbsl 2015. 10. 8.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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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무리가 갈까 오랜 시간 공을 들였건만 좁은 입구는 잔뜩 부푼 살덩이를 받아들이기 벅찬 모양이었다. 생경한 고통에 고운 얼굴은 사정없이 일그러졌고, 금침을 부여잡은 손등 위로 핏줄이 파랗게 돋아났다. 짓씹어진 입술이 안쓰러워 혀를 차던 수양은 윤의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벌써 피가 배어났구나. 잘려도 탓하지 않을 테니 이걸 물거라. 아무리 허했다 한들 이로 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어쩔 줄 몰라 하며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던 윤은 한참만에 발간 혀를 내었다. 마디마디를 할짝대는 것에만 신경이 쏠린 틈을 타 반쯤 걸쳐있던 것을 끝까지 밀어 넣은 수양이 손가락에 전해진 통증에 미간을 구겼다. -아... 저도 모르게 수양의 손끝을 힘주어 깨문 윤은 젖어든 눈을 크게 뜨고 놀란 소리를 내었다. -양물과 손가락이 동시에 잘리겠다. 웃는 얼굴을 해 보인 수양이 엉덩이를 부드럽게 주무르며 던진 농에 윤의 볼이 붉게 타올랐다.

한 번의 파정만으로 겹쳤던 몸을 떼어낸 수양은 뒤에서 윤을 안은 채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었다. -대군, 밤이 길지 않습니까. 들릴 듯 말 듯 윤이 뱉어낸 작은 소리에 제 귀를 의심한 수양은 마른 어깨를 돌려눕혔다. -뭐라 했느냐? 이불을 걷어내고 살풋 눈을 접어 웃다 수줍은 듯 고개를 돌린 윤의 유혹에 금세 아래로 피가 몰렸다. -아직 무리하면 아니 될 터인데... 두어 번 헛기침을 한 수양은 못 이기는 척 몸을 일으켰다. 걱정은 단지 말뿐이었던지 움직임은 저도 모르게 자꾸만 거칠어졌다. 아픈 신음에 흠칫 놀라 허릿짓을 늦출라치면 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도 고집스레 제 팔을 붙들고 고개를 저어대는 통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새벽빛이 어슴푸레 창을 비출 때쯤에야 온 기력을 소진한 윤이 스르르 눈을 감았다. 지쳐 늘어진 육신을 품에 안은 수양은 땀으로 범벅이 된 머리카락을 다정한 손길로 쓸어넘겼다. 은밀한 곳을 채운 것이 씨물을 뱉어낼 때마다 윤은 웃는 얼굴로 눈물을 쏟아 내었다. 그 덕에 아직까지도 촉촉이 젖어 있는 뺨이며 눈가에 연신 입을 맞추던 수양은 어느덧 잠이 든 것인지 고른 숨소리를 내는 윤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곧 찾으마. 길지 않을 것이다.


-대군... 윤은 중얼대는 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던 손길이 아직도 생생했다. 그리고, 제게 안겨 있던 아이... 아, 아이가 아니었다. 매일 꿈을 찾아들던 수양에게 어젯밤엔 의외의 동행이 있었다. 기이하게도 그 뒤를 얌전히 따르던 새끼 호랑이는 저와 눈이 마주치자 반가운 듯 달려들었다. 까슬한 혀가 볼을 핥아대고 억센 발톱으로 품을 파고드는데도 거부감이 들기는커녕 사랑스럽다 여겼다. 셋이 한 가족이라도 된 듯 한참 동안 어울려 들판을 뛰어놀다 지쳐 드러누운 제 배 위에 녀석은 사뿐히 올라앉았다. 가만히 쓰다듬는 손에 머리를 파묻고 비벼대는 것이 어찌나 어여쁜지 절로 웃음이 났었다. 이런 것도 태몽이라 하는가... 윤은 옅은 미소를 띤 채 판판한 배를 쓸었다. 보드라운 감촉이 손끝에 맴돌았다. 제 짐작이 맞는다면 회임일 것이다. 이 안에 귀한 이가 들었구나. 이왕이면 대군을 닮은 사내아이면 좋겠다.

방안을 밝히는 햇살에 까맣게 잊고 있던 일과가 번뜩 떠올랐다. 깜빡한 저를 탓하며 서둘러 몸을 일으키던 윤은 눈앞이 아찔해 도로 주저앉아야 했다. 밥을 제대로 넘기지 못한 것이 보름 가까이 되었으니 약이라도 한 재 지어다 먹지 않는다면 더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귀향한 후로 하루도 거르지 않은 문안이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그만두어야 할 때가 온듯했다. 대꾸는 고사하고 눈길도 주지 않는 아버지가 언제 벼루를 던질지 모를 일이니.



수년 만에 마주한 아버지는 부축을 받아 겨우 걸음을 떼는 저를 보고 예전보다 한층 더 못마땅한 얼굴을 했다. 아무리 환대해주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다 해도 북풍한설보다 더 시린 눈빛에 이미 무뎌졌다 여긴 가슴은 다시금 지끈거렸다. 절을 올리는 제게 아버지는 꼴도 보기 싫으니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말만 내뱉었다. 불편한 몸으로 아침마다 사랑채를 찾아도 헛기침 한 번 듣질 못했다.

그나마 저를 반겨주는 건 아버지가 그리도 아끼는 적자 서인뿐이었다. 어린 시절엔 제가 잠시 누렸던 모든 걸 뺏어간 것이 얄미워 차갑게 대했으나 서인은 얼굴 한번 찌푸리지 않고 형님이라 부르며 저를 따랐다. 둘이 어울리는 것이 부모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그 질책을 받는 것은 오롯이 저인지라 자라면서 점점 흐려진 미움에도 살가운 관계는 맺지 않았었다. 따뜻한 말 한 번 건넨 적이 없건만 한양으로 떠날 때는 제 옷자락을 붙들고 눈물까지 보였던 아이다. 제 가슴께에도 오지 않던 것이 어느새 장성하여 혼인을 하고 상투까지 튼 채로 저를 맞았다. 형님, 하고 부르는 목소리는 영락없는 사내의 것이었으나 검은 눈망울만은 순수했던 어린 시절과 다르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머리를 쓰다듬으려다 멋쩍은 웃음을 지었던 게 어제 일만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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