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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못 보는 건가 싶어 포기하려 할 때쯤 사귀고 나서 처음으로 맞은 겨울, 마침 한파라고 뉴스에서 떠들어대던 날 약속에 10분이나 늦은데다 설상가상으로 전화기는 어디에 빠뜨렸는지 보이지도 않고. 아 시발 또 지랄하겠네 하며 뛰어갔는데 눈치 보며 핑계 대는 제 얼굴에 욕 쏘아주기는커녕 숙인 고개를 들지도 않는 거야. 진짜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하며 꽁꽁 언 양 뺨 감싸 쥐고 들어 올리는데 눈물로 온통 젖어 있었지. 깜짝 놀라서 얼른 차 안으로 끌고 들어가 무슨 일이냐고 난리 치는데 윤이가 손 뿌리치고 태연히 휴지 뽑아 눈물 닦으며 너 때문이니까 한대 맞으라고 손 들어 올렸지. 얼른 붙잡아 막으며 뭐야?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야? 왜 울었어? 묻는데 잡힌 손목 빼내어 팔짱 낀 윤이가 운거 아니고 추우면 원래 눈물 나. 그러는 거야. 그 말 듣자마자 꽉 껴안고 큰일 난 줄 알았잖아 다행이다 하는데 윤이도 가만히 안겨 있었지. 그것도 잠시 몸 비틀어 빠져나오며 왜 늦었어 개새끼야 하는데 웃으며 미안. 카페라도 들어가 있지. 하며 비니까 연락 안 되던 게 누구더라? 쏘아붙인 윤이가 피식 웃더니 또 늦으면 죽어. 라며 주먹 들어 보였지.
근데 그때부터 거의 포기했던 윤이 눈물이 자꾸 떠올라서 울리고 싶어 미치겠는 거야. 한 번 운 거 두 번은 안 울겠냐 싶어 윤이를 춥게 만들어야겠다 다짐했지. 옆에 앉아 티비 보는 거 끌어다 스웨터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남은 티셔츠까지 다 벗겼는데 가만히 받아 주던 윤이가 카디건까지 걸친 처음 그대로인 영화 보니 전혀 ㄸ치기 직전의 상태가 아닌 거지. 뭐야? 추워. 라며 옷 입으려는 거 손목 잡아 말리니까 어이없는 윤이는 이 새끼가 또 왜 이래? 라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티셔츠 주워드는 거 다시 막는 영화한테 떡칠 것도 아닌데 왜 벗기고 지랄이냐며 투덜댔지. 영화는 의아한 표정으로 추운데 왜 안 울어? 물었다가 이런다고 눈물 안 나 병신아. 라며 한대 맞았고. 얼얼한 뒤통수 문지르며 추우면 눈물 난다며. 빨리 울어봐. 우는 거 보고 싶어 미치겠다고. 징징 졸라대는데 윤이는 변태냐? 그런 게 왜 보고 싶대? 울고 싶으면 너나 울라고 양 뺨에 손자국 선물해 주며 일 년 치 지랄을 한꺼번에 쏟아낼 뿐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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