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Y

초인조윤 160201

dbsldbsl 2017. 1. 20. 17:54
반응형

초인이가 제 옆에서 새근새근 자는 윤이 이마에 입 맞추고 조심스레 껴안는 게 보고 싶다. 사랑스러워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뺨 비벼가며 달콤한 살 내음 들이마시는 것도. 윤이 태어나기 직전까지 걱정하느라 초인이랑 영숙이 (눈먼 옆집 소녀, 초인이랑 연애결혼, 윤이 엄마) 잠도 제대로 못 잤을 듯. 둘 다 아이가 저를 닮으면 어쩌나 싶어서. 그렇게 엄빠의 걱정 속에 세상 빛을 본 아이는 어디 하나 모자란 곳 없이 완벽하게 정상이겠지. 얼굴은 저와 꼭 같지만 두 다리 다 멀쩡하고 괴물 같은 능력도 없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아들. 하찮은 제 목숨보다 더 소중한.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길지 않았음. 윤이 돌 되기도 전에 영숙이가 사고로 세상을 떠서.

유일한 가족인 엄마가 죽고 삶에 의욕 더 잃은 초인이. 그저 누워만 있는게 며칠째인지도 모르겠는데 아무도 찾아올 이 없는 집에 초인종 소리가 울리는 거. 그저 눈만 뜬 채 멍하니 있다 다시 감는 순간, 쿵쿵 두드리는 걸로도 모자라 저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 몇 번 그러다 포기할 줄 알았건만 목소리는 더 커짐. 결국 몸 일으켜 나가려다 휘청하고는 어지러운 머리 짚겠지. 인상 잔뜩 쓴 채 문 열고는 왜 남의 집에 와서 떠들고 지ㄹ, 하고 쏘아주다 급하게 입 다문 초인이. 제 또래로 보이는 여자앤데 눈을 감고 있어서. 뭐, 뭐예요? 놀랐는지 굳어 있던 얼굴은 달라진 말투에 금세 밝아짐. 옆집에 새로 이사왔어요. 그래서 이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이겠지. 차마 됐다고 돌려보낼 수가 없어서 받아들었더니 생긋 웃으면서 손 내밀고 친하게 지내요, 하는 거. 얼떨결에 맞잡고 흔들기까지 했지만 문 닫고 나니 어이가 없겠지. 뭐에 홀렸나 안하던 짓까지 하고. 그러다 손에 느껴지는 온기에 시선 내리는데 갑자기 배고픔이 느껴지는 거. 이렇게 시작해서 사귀고 결혼까지 해서 윤이 낳았는데...

또다시 세상에 단둘만 남게 된 초인이 혹시나 윤이 잘못될까 자라면서 저처럼 되는 거 아닐까 겁나서 과잉보호하며 기르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손도 못 대게 해서 윤이는 라면 한 번 끓여본 적 없고. 혼자서는 현관문 밖으로 절대 못 나가게 해서 아빠 없이 윤이는 아무 데도 간 적 없고 등등. 그래도 늘 불안한 초인이는 둘이 꼭 붙어 자다 말고 갑자기 일어나서 윤이 바지 걷어 다리 확인하고 자고 있는 애 깨워서 눈에 힘줘보라고 하고 그러겠지. 어쨌든 그래서 윤이는 사랑받고 자랐지만 사회에 잘 적응 못하는 거. 학교 끝나면 바로 집에 와서 아빠랑 지내니까 친구랄 것도 딱히 없고. 초조는 뽀뽀 같은 건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엄마 없이 자란 윤이 다 커서도 어릴 때처럼 판판한 아빠 가슴 만지며 잠들 것 같다. 초인이도 그런 윤이 말릴 생각 절대 없고. 그렇게 둘만의 세상에서 행복하던 초조.

윤이가 우치를 만나서 세상 속으로 한발 내딛기 시작하면서 점점 틀어지면 좋겠다. 윤이 귀가가 늦어지는 날이 늘어나고, 창고처럼 쓰이던 제 방에서 몰래 통화하기도 하고. 초인이가 아무렇지 않게 무슨 얘길 그렇게 재밌게 해? 물으면 윤이 그냥... 아무것도 아니야. 둘러대고. 초인이 점점 불안해지겠지. 제겐 윤이밖에 없는데 곧 제 품을 벗어날 것만 같아서.



아빠.
응.
아빠는 누구 좋아해 본 적 있어?

옅은 미소를 띠고 있던 입매가 순식간에 굳었다.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길이 움직임을 멈췄다. 달라진 방안의 공기도, 저를 향해있던 눈동자의 색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도 윤은 알아채지 못했다. 튀어나올 듯 쿵쾅대는 제 심장소리에만 온 신경이 쏠렸으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던진 질문은 며칠을 고민해 조합한 문장이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하루에도 수십번씩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 생겼다는 것, 다른 누구도 아닌 제일 친한 친구녀석이라는 것, 게다가 남자라는 것. 모두 다 털어놓고 싶었다. 이 묘한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는 것인지, 그저 동경과 우정이 조금 지나칠 뿐인데 부풀려 생각하는 건지 궁금한 것도 많았다. 하지만 저를 아직도 어린아이인 줄만 알고 있는 아빠에게 이렇게 부쩍 자란 모습을 보인다는 건 설렘보단 걱정이 앞서는 일이었다. 제가 커버린 만큼 멀어질까 두렵기도 했고, 저를 바라보는 아빠의 예쁜 눈이 변할 것 같기도 했다. 그 대상이 여자애였다면 조금은 달랐을까? 아니, 그건 아닐 거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다. 결국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하나 망설이는 사이, 태어나 처음 느껴본 생소하기만 했던 감정은 어느새 눈처럼 불어나 가슴에 담아두기도 벅찰 정도로 커져버렸다. 저밖에 모르는 아빠에게 더는 비밀이 있어선 안된다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건데 시선을 드는 것조차 쉽지가 않다. 밤바다 같은 아빠의 눈을 마주하면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아서.

음... 아니 그러니까... 엄마가 있었던 건 알지만 그냥... 어렸을 때 첫사랑 같은 거...

웅얼대는 목소리가 묘하게 떨리는 건 단지 착각일까? 내리깔린 눈매 아래 달아오른 뺨과 미세하기 끌어올린 입꼬리는 그저 내가 만들어낸 환영일까? 절로 힘이들어가는 눈동자와 쭈삣서는 머리를 느끼며 초인은 거칠어지는 호흡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반응형

'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형배조윤 170127  (0) 2017.01.29
영화조윤 170124  (0) 2017.01.24
병두조윤 170118-02  (0) 2017.01.19
병두조윤 170118-01  (0) 2017.01.19
태성조윤 170104  (0) 2017.01.08
댓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