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픈눈조윤 160613

dbsldbsl 2016. 6. 13.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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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 밤늦게 귀가하다 동네 양아치들이나 마주쳐라. 맞기 싫어서 얼마 있지도 않은 돈 다 내주며 됐지? 이제 보내줘, 했다가 건방지다고 얻어터지면 좋겠다. 칼 꺼내든 놈 때문에 소리도 못 지르고 바닥에 쓰러진 채 몸 둥글게 말고 걷어차이고 있는데 쏟아지던 발길질이 갑자기 멈추더니 싸우는 소리에 욕설 섞여 들리고. 호흡 고르며 고개 들어 올렸을 땐 이미 다 사라진 뒤여라. 그런 윤이 앞에 몸 굽혀 앉은 건 장발의 낯선 남자. 일어나, 데려다줄게. 라며 일으켜 세우고는 누구세요? 묻는 말에 대답 없이 집 쪽으로 걷는 윤이 부축만 해줌. 가파른 계단 오르고 모퉁이 몇 번 돌아 겨우겨우 도착해서 윤이 데려다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나니 남자는 이미 사라져 있어라.


그 후론 가능한 한 일찍 다니는데 가끔 늦을 때면 어떻게 알았는지 그 남자가 골목 앞에 나와 있는 거. 몇 번 그러니까 윤이 일부러 학교에서 늦게 출발하고 그러면 좋겠다. 이름, 나이, 직업, 연락처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말도 거의 없는 이상한 남자지만 제 얘기에 살풋 웃는 얼굴이, 머리 쓸어주는 다정한 손길이 좋아서 그 시간만 기다리는 윤이. 형이 있으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매일 밤 만난 지 한 달쯤 되었을 무렵, 남자가 갑자기 보이지 않는 거.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 꼼짝 않고 기다리다 새벽 되고 나서야 겨우 돌아서길 며칠, 예전 그놈들 다시 마주침. 윤이 얼른 뒤돌아서 내빼려다 붙잡히면 좋겠네. 어 근데 이 새끼? 윤이 알아본 놈들이 한참 주위 둘러보고 아무도 없는 거 확인하고는 그 씨발새끼는 어디 가고 너 혼자냐면서 뺨 툭툭 치다 철썩철썩 후려치면 좋겠다. 윤이 옆구리에 박히기 직전인 칼 때문에 소리도 못 내고 얻어맞다가 풀썩 쓰러지는데 저 붙들고 있던 놈이 갑자기 끌려갔기 때문이겠지. 근데 무슨 짓을 한 건지 한대 맞고 맥없이 쓰러지는 몸뚱이에 윤이도 놀라고 놈들도 놀라고. 그러다 한 놈이 남자 뒤에서 칼 들고 달려드는데 윤이가 안돼, 라고 채 외치기도 전에 한 발 빨리 반응한 남자한테 손목만 꺾여라. 그걸로 끝이 아니겠지. 아예 부러뜨릴 생각인지 안 놔주는 거. 골목엔 비명이 울려 퍼지고 다른 놈들 줄행랑치는 거보고 윤이 누구 오기라도 하면 큰일 나겠다 싶어 얼른 남자 팔 붙들고 떼어내려 애쓰면서 그만해요, 빨리, 빨리 가요. 남자 의외로 쉽게 놈 놔주고는 윤이 낚아채듯 데리고 성큼성큼 걸어가면 좋겠다. 집 쪽이 아니라 윤이 어, 어디 가는 거예요? 물어도 늘 그랬듯이 대답은 없겠지.


목적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 남자보다 한발 앞서 허름한 건물 안으로 들어선 윤은 어두운 실내를 주욱 훑었다. 소파와 탁자가 어지럽게 얽힌 것이 그리 생소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꽤 오래전에 영업을 그만둔 술집일게 뻔했다. 퀴퀴하기만 한 공기에서 엄마의 냄새가 났다. 역한 알코올과 그보다 더 독했던 향수의... 철컥, 문이 잠기는 소리에 윤은 뒤를 돌았다. 다가선 남자가 말없이 손을 뻗었다. 흠칫 놀랄 정도의 냉기가 뺨을 감쌌다. 아... 작은 신음이 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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