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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집구석에 모셔놓은 년이 그렇게 좋습니까? 회사에서까지 도통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만큼?
회의 중에도 딴 생각,물론 대상은 물으나 마나 조윤 그 씨발년이겠지,이나 하며 자꾸 피식피식 새어 나오는 웃음을 숨기지 못하는 형배 때문에 열이 오른 지원이 빈정대며 날선 목소리를 내었다. 역시 그때 그 재수 없는 면상을 긁어주고 왔어야 했다. 물론 그랬다면 최소한 팔다리 한 개씩은 절단이 나 여기 이렇게 앉아있을 수도 없었겠지만. 제 말에 표정을 굳힌 형배가 자세를 바로 하며 슬쩍 눈짓을 하자 검은 무리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순식간에 둘만 남은 회의실 안이 황량하기까지 했다.
-송이사, 니 아들 앞에서 할 말 못할 말 구별 못하나?
-못할 말이 뭔데? 사장이 직원들 앞에서 ㅈ집 생각하느라 실실 쪼갠다는 거?
-내가 그 소리 하지 말라 캤제.
-그래, 씨발. 조!윤! 그게 정말 그렇게 좋아 뒤지겠냐고. 아래 놈들이 하는 말 같은 건 들리지도 않지? 기집애도 아니고 사내새끼한테 빠져서는. 그거 형 사람 취급도 안 하잖아, 씨발년이 주제도 모르고.
잔뜩 흥분한 저와 다르게 원래대로, 아니 기억도 나지 않는 오래전부터 형배는 이렇게 부드러운 인상을 한 적이 없었다. 저와 단둘이 있을 때를 제외하곤 언제 어디에서도. 게다가 그곳이 회사라면 제가 아니라 혼자 있었더라도 저런 표정 따위는 절대 짓지 않아야 했다.
-그라지 마라, 윤이도 이제 좀 변했다. 내한테 웃어주기도 하고, 밤에도 그...
어울리지 않게 말끝을 흐리는 형배에 지원은 머리를 얻어맞기라도 한 듯 멍해졌다.
-...뭐라고 했어 지금?
한참만에 입에서 나온 소리가 제 것이 아닌 것처럼 생경하다.
지원이 윤이가 몸까지 허락했다는 말에 충격받음. 말로는 맨날 ㅈ집이라고 하지만 둘이 자지 않았다는, 아니 형배가 병신처럼 윤이가 허락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거 알고 있었으니까. 씨발 그딴년 따먹으면 그만이지 무슨 순정이라도 바치겠다는 거야 뭐야.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아서 그 지랄이냐고 물어도 피식 웃기만 하지 이유 한번 제대로 댄 적도 없고. 그래도 형배가 뭔 짓을 해도 꿈쩍 않는 윤이 사실은 좀 믿고 있었음. 집안 빵빵(지금은 아무 소용없는, 아니 오히려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오게 된) 한 명문대학생이었던데다, 원래 몸 굴리기는커녕 조사한 바로는 여자 한번 만나본 적 없는, 공부밖에 모르는 놈이었으니 쉽게 몸 섞지는 않을 거라고. 뭘 믿고 그렇게 겁이 없는 건지 몰라도 형배가 뺨 한번 때린 적 없다지만 쳐내는 게 제가 봐도 지독할 정도였으니까. 어쨌든 지친 형배가 결국 포기하든 억지로 먹든 사이가 벌어지기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웃어주고 잠까지 같이 잤다고, 둘이? 아니면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던 걸 제가 몰랐던 건가? 설마 며칠 전에 무슨 일이 있었나? 자리 좀 비운다고 전화로만 통보하고 사라졌던. 제게도 말 못 할 사정이 뭐가 있다고.
머릿속이 복잡한 지원이 귀에 또 충격적인 얘기 들려라.
우리 이제 슬슬 이것도 정리하고.
뭐? 지금 뭐라고 했어? 뭘 정리해?
우리도 이제 사람답게 살아야 안되겠나, 돈이야 먹고 살 만큼 벌어놨으니까. 이젠 제대로 된 사업만,
이것도 그년이 시킨 거야? 씨발 내가 그거 가만 안ㄷ
벌떡 일어나는 지원이 형배가 얼른 붙들어 앉히겠지. 진정하라고 달래면서 지원이 좀 잠잠해지고 난 후엔 사무실로 데려가서 지원이 명의로 돌린 것들 내놓고. 지원이 이딴 거 필요 없다고 다 찢어버리는데. 그 뒤로도 뭐라고 하든 형배가 절대 마음 안 바꾸니까 어쩔 수가 없는 거.
그렇게 천천히 어둠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면서 합법적인 업체로 바꾸기 시작하는데 행배가 운전하는 놈 하나만 데리고 유니랑 둘이 있다가 칼 맞으면 좋겠다. 지워니가 소식 듣고 병원 와보면 행배는 사경을 헤매고 똘마니 놈도 중상인데 유니만 멀쩡하겠지. 수술실 앞에 피범벅 된 제 손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는데 지워니가 멱살 잡아 일으켜서 형은 저 지경이 됐는데 왜 너는 멀쩡하냐고 뺨 후려치면 좋겠네. 유니가 조직원도 아니고 저처럼 행배 대신 목숨 내놓을 리도 없지만 화나니까. 그리고 유니 없었으면 그렇게 다치지도 않았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바닥에 쓰러진 유니 걷어차고 수술실 앞 계속 서성이는데 한참만에 행배 나오겠지. 기다려도 당장 깨어날 거 아니니까 아직도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유니 아무렇게나 일으켜서 끌고 가서 오늘부터 일시키라고 아래놈들한테 던져주면 좋겠다. 말단들은 유니가 누군지 모르니까 지워니가 시키는 대로 제일 험한 데로 보내겠지.
유니 하루가 다르게 망가져가는 거 수시로 보고받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찝찝했으면 좋겠네. 꼴보기 싫은 년 제 자리 찾아준 것뿐인데, 형님이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됐는데 왜 자꾸 신경 쓰이게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계속 고민하다 결국 찾아가는 지워니. 미리 지시한 대로 눈 가린 채로 맨몸으로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유니 보고 허 하는 소리 냈으면. 형배랑 사는동안 손도 제대로 안 타서 그런지 제 나이 같은 풋풋함이 있던 애였는데 싸구려 ㅊ녀처럼 변한 거 보고 웃고 싶은데 웃음이 안 나왔으면 좋겠네. 앞도 안 보이면서 능숙하게 행동하는 게 왠지 맘에 안 들어서 거칠게 다뤘으면 참 좋겠다. 근데 그러고 나서도 자꾸 생각나서 찾아가는 횟수 늘어가고 행배 깨어나면 찾을 테니까 데려와야겠다는 핑계를 스스로 대가면서 제 집에 들였으면ㅠ 손도 제대로 못 대던 행배랑 달리 지워니는 ㅈ집처럼 유니 막 다루겠지. 데려오긴 했지만 행배 깨어나면 유니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데 제가 무슨 짓 했는지 말할 테니 이걸 병신을 만들까 혀를 자를까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했는데 행배 깨어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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