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윙섭 170717
dbsldbsl
2017. 7. 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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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가 s한테 짜장면 먹였으면 좋겠다. 먹으면 속 더부룩하고 한 이틀간은 아플 게 뻔한데 무서워서 못 먹는단 말도 못하고 깨작대다 w의 맛없어? 한마디에 아니 아니 완전 맛있어 나 짜장면 진짜 제일 좋아해 속으로 울면서 입에 쑤셔 넣는 s 보고 싶어. 허겁지겁 정신없이 먹는 s 모습에 풋 웃음 터진 w, 짜장면 문 채로 으흐 어색하게 따라웃는 s. 묻었어, 휴지 내밀며 툭 던진 한마디에 s 귀는 화르르 불탐. 벅벅 닦아내고 고개 푹 숙인 채 짜장면만 먹는 s 속도 모르고 잘 먹으니 보기 좋네 싶은 w는 금요일마다 그것도 집으로 불러서 꼭 짜장면 사줌. 용기 없는 죄로 주말 내내 앓는 s만 혼자 개고생.
s는 학기 초부터 w 빵셔틀이었음. 일진과 소심한 쭈구리가 짝이 됐으니 누구나 예상 가능한 조합이었지만 사실 w는 아무것도 안 했음. s가 아침 대신 들고 온 빵봉지 꺼내며 부스럭대는 중에 그쪽 향해 누워 자던 w가 마침 눈을 떴을 뿐.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숨까지 멈춘 s. 작년 말에 전학 오자마자 무시무시한 선배랑 붙어 다니고 흉흉한 소문 돌던 w의 잠을 제가 깨우다니 이러다 맞아죽는 거 아닌가 지레 겁먹고 덜덜 떠는데. 미안하다고 무릎이라도 꿇고 사과하고 싶지만 그것도 마음뿐이지 미,미, 입술만 오물댈 뿐 무서워서 소리도 안 나옴. 그런데 반쯤 열린 게슴츠레한 시선의 끝이 제가 아니라 빵에 가있다는 걸 깨닫고 얼른 w 앞에 내민 거. 그때, w야! 뒷문 쪽에서 부르는 소리에 w는 몸을 일으켜 사라졌음. 왼손엔 s가 준 빵을 들고.
수업이 시작하고 몇 분 늦게 나타난 w한테선 희미한 담배 냄새가 풍겼지만 그날이 다 가도록 이렇다 할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음. 그 이후 s는 자발적으로 w한테 먹을걸 갖다 바치는 처지가 됨. 군것질을 좋아해서 가방에 늘 과자나 초콜릿, 사탕 따위를 한 움큼씩 넣어 두는데 아무리 조심조심 꺼내도 자고 있던 w가 꼭 눈을 뜨니 어쩔 수가 없었음. 스윽 옆으로 밀면 w는 가끔은 그 자리에서 까먹기도 하고 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시 자기도 하고. 가끔 간식거리를 챙기지 못한 날엔 매점에서 w 줄 빵까지 사들고 왔으면 좋겠다. w는 단 한 번도 시킨 적이 없는데.
어쨌든 그러길 두달쯤, 중간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자리가 바뀜. 이번 짝은 공부만 하는 얌전한 모범생이라 s는 오랜만에 살 것 같음.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앉아있는 w가 신경 쓰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음. 그런데 새 생활이 시작되고 삼일째, 마지막 수업인 체육이 끝나고 늘어져 헐떡이는 s 앞에 툭 딸기우유 하나가 놓임. 눈만 올려뜬 s 앞엔 w가 서있었음. 기겁한 s가 몸 일으키기도 전에 w는 앞문으로 사라짐. 땡그래진 눈 급하게 굴리는 s. 뭐지? 이걸 왜 나한테 준 거지? 아무리 자문해도 알 수가 없음. 그동안 받아먹은 게 많아서 라기엔 너무 뜬금없지. 두달이나 지나서 갑자기 답례를 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되잖아. 그동안 말 한번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는데. 아, 이건 경고다. 머리가 이상한 쪽으로 굴러가는 찌질한 s는 다시 간식을 갖다 바치라는 뜻으로 해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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