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조윤 170105
윤이 청ㅊ시대 같은 쉐어하우스 들어가라. 돈이야 아버지가 쓸 만큼 보내주지만 사고로 갑자기 엄마 죽고 넓은 집에 혼자 있다 보니 악몽에 우울증에, 엄마란 존재가 제게 그렇게 컸다는 거 느껴본 적도 없는데 세상에 저만 남았다는 생각에 도저히 이겨낼 수가 없어라. 결국 한 학기 휴학하고 폐인처럼 지내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은 거. 그렇다고 혼외자 주제에 반기는 이 하나 없는 아버지 집으로 들어갈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은데 같이 살자고 할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사람 구해서 집에 들이기도 싫고. 사람 어울리는 것도 배우고 외롭지도 않고 이래저래 괜찮겠단 생각에 학교 근처 집 구하게 됨. 집 구경 후 독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쓰는 사람 있다는 말에 월세 두 배로 주겠다고 했다가 그럴 순 없다는 주인아저씨한테 그럼 세배... 하려다 얼른 입 다물고 그냥 계약하겠다고 해라. 이왕 사람들과 어울리기로 했으니까 부딪쳐 보기로.
멤버는 알바와 휴학 반복하느라 졸업 못한 고학번 지원이, 철학과라는데 공부하는 꼴은 아무도 본 적이 없고 집 앞까지 태워다 주는 여자 수시로 바뀌는 우치, 윤이보다 더 까칠한 초인이, 아무리 봐도 모자란 거 같은데 약대 장학생인 희철이. 유니가 들어간 방엔 이미 초인이가 살고 있어라. 사사건건 거슬려서 윤이 참다참다 한마디 하면 초인이 쌩 나가버리고 윤이 뭐라뭐라 하는 거 가만히 듣는 거 같다가도 알고 보면 이어폰 꽂고 있고 그러면 좋겠다. 그래서 잔뜩 약오른 윤이 달래주는 게 능글능글한 우치. 근데 윤이는 우치라면 질색인 게 좋겠다. 양아치 같은 꼬라지도 싫은데 스킨십까지 심해서. 처음 집에 들어오던 날 보자마자 뽀뽀부터 그것도 입에 하려는 거 겨우 피해서 입술 끝에 닿았어라. 윤이 희철이도 싫어해라. 먼저 살고 있던 게 뭐 대수라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알려주려고 들고 지나치게 친절해서 원래 누구 간섭 같은 거 받아본 적 없던 윤이 귀찮아 죽으려고 해라. 윤이 지원이도 싫어해라. 처음 만난 건 들어온 지 일주일쯤 지나서인데 자꾸 부스럭대는 초이니 때문에 새벽에 깨서 물 마시러 나왔다가 마침 귀가하던 지원이 보고 기절할뻔했던 거. 그 이후 가끔 마주쳐도 인사 한마디 안 하고 (물론 윤이도 안 하지만) 누가 버려도 안 주워갈 옷 같은 거 입고 다니는 것도 싫고 귀신처럼 새벽에 스윽 나타나는 것도 싫고 등등. 윤이 다 싫어서 내가 도대체 여길 왜 들어왔나 싶은데 맨날 투닥거리느라 우울한 기분 느낄 새도 없다는 거 좀 지나서 깨닫고 그래도 그건 다행이다 생각해라.
윤이 사람 사귀기로 했으니까 과모임도 나가고 그러는데 거기서 복학생 영화한테 코 꿰이는 게 좋겠다. 여자한테 딱히 관심 있었던 적은 없지만 남자랑 사귀는 건 상상도 안 해봤는데 영화 적극대쉬에 결국 넘어간 거. 사랑이란 걸 도통 받아보지 못한 윤이라 별거 아닌 영화 행동이나 말투에 두근두근하고 감동받고 그러겠지. 윤이 홀딱 빠졌을 때쯤 영화는 슬슬 변해야 함. 노골적으로 몸만 요구하고, 저한테 목매는 거 너무 잘 보이니까 우습게 보고. 그래도 윤이는 영화 변한 거 부정하며 애써 좋은 면만 보려고 하면서 온갖 정성 다해라. 어쨌든 영화 사귀면서 우치는 더 싫어하면 좋겠다. 만나는 여자 맨날 바뀌는 거 같은 데다 귀가하다 우연히 본 장면 때문에 더. 엄마 뻘은 될 거 같은 여자랑 차 안에서 키스하고 있었던 거. 학생이라는 것도 의심스럽고 돈 잘 쓰는 것도 그런 여자들한테 몸 팔아서 그런 것 같아서 더럽다는 생각하고 그러겠지. 뭐 그러는 저도 누구한테 얘기도 못할 동ㅅ연애 중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지만 그래도 저렇게 방탕한 애랑 비교할 건 아니지, 라면서.
어쨌든 미운정고운정 다 들어서 저녁때면 가끔 모여 맥주도 같이 마시고 그럴 정도로 친해지는데 윤이 영화한테 늦게까지 시달리고 들어와서 밤새 앓느라 학교도 빠진 날 몽롱한 정신에 저 간호해주던 우치한테 속으로만 끙끙대던 거 대충 털어놓으면 좋겠다. 애인이 소홀하다, 섹ㅅ할 때만 적극적이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있는 거 같다 등등, 누구 만나는 건 눈치채고 있던 우치 윤이 웅얼웅얼 내뱉은 말 조합해서 그 애인이 남자인 거 알아버려라. 윤이 오후 늦게야 어느 정도 회복해서 깨는데 뭔가 찝찝하고 불안하고 그런데 그게 뭔지 기억이 도통 나질 않겠지.
윤이 나중에는 홧김에 손 올린 영화한테 맞기도 하고, 억지로 묶여서 ㄱㄱ당하다시피 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헤어지기로 결심했다가도 영화가 싹싹 빌면 다시 받아주고 계속 반복하다가 우치한테 멍자국 걸려서 난리 나면 좋겠다. 당장 그새끼 손봐주겠다는 우치 말리면서 우치 옆에 두고 전화로 끝내자는 말까지 하고. 아무렇지 않게 그래, 한마디로 대답한 영화 때문에 심장 덜컹하긴 했지만 그렇게 끝나나 싶었는데 드라마에서처럼 납치당하면 좋겠네. 윤이 기절했다 깨면 영화 태연히 게임이나 하고 있겠지. 윤이 틀어막힌 입으로 신음 흘려가며 발버둥 쳐도 영화 쳐다보지도 않고 그냥 벌이야, 얌전히 있으면 안 다쳐, 같은 소리나 해라. 윤이 이틀이 지나도 아무 소식 없으니까 우치 주도로 에세네스 사진 같은 거 뒤져 찾아낸 애들이 찾아가서 윤이 구해주겠지. 배달원 역으로는 영화가 얼굴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초인이가 좋겠다. 우치가 제일 방방 뛰었지만 영화 때려눕히는 건 지워니면 좋고. 희철이는 주방에서 들고 온 식칼 들고 벌벌 떨고 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