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오조윤 170207
둘이 가끔 운동도 같이해라. 처음엔 비쩍 말라서 툭 치면 쓰러질 거 같은 게 거슬려서 억지로 몇 번 끌고 간 거겠지. 떡칠 때 금방 지치는 것도 맘에 안 든다는 게 큰 이유기도 했고. 근데 의외로 운동신경도 있고 손도 매워서 오 이것 봐라 싶은 거. 제가 뭘 요구해도 싫다는 말 한번 안 하고 그저 잠깐 노려보는 게 다였던 게 링 위에서는 쌓인 거 다 풀어내려는 듯 힘 실어 덤비고 그러니까 설렁설렁 봐주며 상대하다가도 한번씩 눌러주고 그래라. 잔뜩 젖어선 아래에 깔려 헐떡이는 거 보면 없던 욕정도 동하겠네. 거기서 바로 떡도 치면 좋겠다.
그렇게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고 빨라면 빨고 벌리라면 벌리던 윤이가 대학 가더니 변하는 거지. 귀가가 늦어지고 전화기 붙들고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주말에도 약속 있다며 나가질 않나 제가 억지로 먹일 때 아니면 입에도 안 대던 술을 마시질 않나. 그게 거슬리면서도 자꾸 신경 쓰이는 게 어이없어서 모른 척하다가 윤이 잠깐 자리 비운 사이에 울리는 전화 충동적으로 받아버려라. 잘 들어갔어? 아깐 미안해. 아 진짜 그러는 게 아닌데. 몰랐어 정말. ...윤아? 젖은 머리 털며 나타난 윤이가 전화기 홱 뺏어들겠지. 선배? 아뇨, 다시 말해주세요. 잘 안 들려서요.
뭐야 그새끼? 사귀는 사람. 통화 끝내고 돌아온 윤이한테 낮은 목소리로 묻자 바로 들려온 대답에 태오 미간 빡 구기겠다. 뭐???? 달려들어서 멱살 잡았다가 무표정한 윤이 얼굴 보고 스르르 힘 풀겠지. 순간 제가 왜 화났는지 이해가 안 가서. 나가 잘 거니까. 싫은데? 윤이 의견이야 알 바 아니고 윤이도 딱히 반항하질 않으니까 침대 위로 끌어가서 물 흐르듯 옷 벗기고 떡 치면 평소와 같을 텐데 윤이 답지않게 좀 저항하겠지. 그래서 힘써가며 욕해가며 뺨도 몇 대 때려가며 괴롭히면 좋겠다. 뭐? 사귀는 사람? 시발년아 너 이러는 거 그새끼도 아냐? 너 같은 걸레새끼 좋다는 놈도 있어? 대답은 않고 신음도 이 악물고 참으면서 제 허릿짓에 흔들리기만 하는 모습에 더 빡치겠지. 니깟년이 누굴 사귀든 말든 상관없는데 할 일은 해야 할거 아니야 안 그래? 못 버티고 자꾸 무너지는 거 억지로 일으켜서 계속 박아대면 윤이 한참만에야 잔뜩 쉰 목소리로 알았다고 대답하겠지.
그 뒤로 윤이 예전처럼 제가 하라는 대로 하긴 하는데 낯빛은 배로 어둡겠지. 저런 몸을 어떤 새끼랑 나눠 쓴다는 게 기분 더럽지만 그게 질툰지도 모를 듯. 기껏 한다는 게 그놈 보란 듯이 몸에 자국이나 잔뜩 남기는 거겠지. 근데 윤이 딱히 말리지도 않고 밖에 있어도 제가 부르면 군말 없이 달려오고 아무 때나 옷 벗겨도 반항 않고 그러니까 점점 경계심은 느슨해지는데 오랜만에 같이 운동하러 간 날 윤이 전화받더니 급하게 달려나가려는 거. 가지마, 제 목소리에 돌아본 윤이 벌써 눈이 그렁그렁한 게 울기 직전이겠지. 그새끼냐? 그대로 뒤돌아가려는 거 잡아채서 넘어뜨리면 참 좋겠다. 놓으라고 버둥거리는 윤이 발목 움켜쥐고 한마디 더해라. 가지 말라고 했다. 제 손 떼어내려고 애쓰는 거 한번 비웃고 발목 확 꺾어주면 좋다.
그 일로 윤이는 퇴원하고서도 방에 틀어박혀 저와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고 단 한 번도 윤이 일로 제게 뭐라 한적 없던 아버지까지 한소리 했겠지. 그러니까 왜 말을 안 들어, 평생 못 걷는 것도 아니고 몇 달 지나면 괜찮다잖아.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태오 윤이 시중 자처하면서 윽박질렀다 달랬다 성질부렸다 사과했다 생쇼하겠지. 그래도 마음 꽁꽁 닫은 윤이 때문에 애태우다 천천히 제 마음 깨달아라. 근데 윤이는 발목 낫자마자 완전 다른 사람 되는 거지. 아버지고 태오고 안중에도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