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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조윤 160814

dbsldbsl 2016. 8. 14.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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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 고딩동창 우치한테 고백했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만나서 얼마 전 사귄 여친 얘기만 하는 거 참다못해 충동적으로. 나도 너 좋아해, 내가 먼저 좋아했어. 빽 소리 지르고 나서 제가 한 말에 놀라 굳어 있던 윤이 갑자기 테이블에 쿵 머리 박고 기절한 척해라. 심장은 터질 듯이 뛰고 등 뒤로 식은땀 흐르고 미칠 거 같은데 시간이 흘러도 우치가 저를 깨우는 것도 아니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나, 지금이라도 일어나서 장난이었다고 할까 고민하던 윤이. 애써 고른 숨 내쉬어가며 단단히 결심하고 몸 일으키면 술 홀짝이며 빤히 바라보던 우치랑 눈 마주치겠지. 놀라서 헉 소리 낸 윤이 뭐라 말 꺼내기도 전에 우치 목소리에 심장 덜컥 내려앉는 거 느끼고 입 벌린 채로 굳어라. 몰랐어. 장난이었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거나 하는 핑계는 생각나지도 않겠지. 머릿속이 온통 하얘졌으니까. 그 상태로 집까지 와서 침대 위에 쓰러지듯 눕고 나서야 택시에서 내리기 직전 우치가 제 손 꽉 쥐며 속삭인 말 되새기며 엉엉 울면 좋겠다. 미안해, 윤아. ...그래도 우린 친구지?


그날 이후로도 우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이전처럼 연락하는데 윤이는 그럴 수가 없었음. 계속 친구로 남을 수 있게 해주는 우치의 행동이 고마우면서도 서운한 마음이 자꾸 들어서. 받아줄 거란 기대는 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아예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리는 건 너무 속상하고 슬퍼서. 결국 원래도 자주 하지 않던 연락 점점 뜸해지겠지. 물론 고딩 때부터 하루 종일이라도 같이 있고 싶고 통화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나 까칠한 제가 우치만 특별히 대하는 거 눈치라도 챌까 꾹꾹 누르기만 했었음.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먼저 연락하는 건 거의 우치였고. 하지만 그마저도 단답에 바쁘다 둘러대다 보니 그 횟수는 점점 줄어갈 수밖에. 그렇게 계절이 두 번 바뀌는 동안 애써 마음 정리하던 윤이한테 오랜만에 전화가 오겠지. 어, 웬일이야? 목 가다듬고 태연한 척 받은 윤이 귀에 윤아~ 으흥~ 뭐 해애~ 나 술 마셨다~ 혀 잔뜩 꼬부라진 소리로 웅얼대는 목소리만 들림. 취한 모습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우치라 (늘 제가 먼저 나가떨어졌으니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서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거 같겠지. 무, 무슨 일 있어? 조심스레 물어도 으흥으흥 웃으며 뭐라뭐라 계속 말은 많은데 제대로 알아들은 건 거의 없었음. 윤이 다짐이고 뭐고 우치 걱정에, 아니, 그보다 더 큰 그리움에 결국 서둘러 집 나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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