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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수조윤 161004

dbsldbsl 2016. 10. 4.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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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둘이 사는 윤이네 옆집에 대수 이사 와라. 아빠 혼자 짐 나르는데 사방팔방 뛰어다니며 동네 구경 하다가 심부름 갔다 오던 윤이랑 부딪치면 좋겠다. 비쩍 마르고 키도 작은 윤이만 나가떨어지겠지. 얼얼한 엉덩이 때문에 절로 신음 내뱉은 윤이 눈앞에 내밀어진 까무잡잡한 손 바라보며 느릿하게 눈 깜빡이다 얼른~ 잡아~ 보채는 대수 향해 쭉 뻗은 제 팔에 난 상처 보고 울먹울먹하는가 싶더니 눈물 뚝뚝 흘리면 좋겠다. 배어 나오는 피에 화들짝 놀란 대수 얼른 윤이 일으켜선 집안으로 데려가는데 방금 전까지 있던 아빠는 어디 간 건지 불러도 대답이 없고. 주위 휘휘 둘러보다 마당 한구석에 있는 수돗가에서 윤이 팔 씻어줘라. 상처 스칠 때마다 움찔움찔대는 윤이 따라 대수도 움찔움찔. 아프지? 물어가며 호호 불어주던 대수 아프다며 찡긋거리는 윤이 뺨에 얼룩진 눈물도 닦아주고. 그렇게 둘이 꼬물거리고 있을 때 조윤! 날카로운 엄마 목소리에 윤이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잽싸게 튀어나가면 대수 멍하니 윤이 사라진 대문만 바라보다 뒤늦게 일어나 야, 니 그냥 가면, 하고 따라나가려는데 그제야 돌아온 아빠랑 딱 마주치겠지. 짐 정리도 다 못했는데 무슨 물장난이냐고 한소리하다 채 걷지 못한 소매에 묻은 핏자국 발견한 아빠 혀차며 여기저기 살피겠지.

니 그새 또 다친기가?
내가 아이고 저기...

웅얼거리며 대문을 가리키던 대수는 고개를 돌려 옆집과 맞붙은 담장 너머를 올려다봤다. 분명 저쪽에서 불렀다. 조윤이라고.

조,윤.
뭐라캤나?
응?
모기 물린다, 드가자.

니는 피곤하지도 않나? 빨리 자라. 짜증 섞인 아빠 목소리에 응, 대답은 했지만 말똥말똥한 눈동자는 그대로였다. 아까 그, 아마도 이름이 조윤일 그애의 젖은 뺨이며 상처난 팔 따위가 자꾸만 떠오른다. 괘않나 모르겠다, 많이 아플 낀데. 금세 곯아떨어진 아빠의 코골음에 걱정스러운 속삭임이 섞였다. 잘 알기는커녕 무려 오늘 처음, 그것도 잠깐 본 사이일 뿐인데 머릿속을 가득 채운 그애는 도통 사라질 생각을 않는다. 저녁 식사 중에도, 아빠와 목욕을 하면서도, 하루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간간이 눈을 떠 옆집이 보일리 만무한 창밖을 힐끔대며 이리저리 뒤척이던 대수의 움직임이 잠잠해진 건 어슴푸레 새벽이 밝아올 때쯤이었다.

따가운 햇살에 눈 뜨면 아빠 대신 밥상과 쪽지 하나만이 저를 반기고 있겠지. [괜히 싸돌아다니지 말고 아빠 올 때까지 얌전히 있어] 치~ 배 빵빵하게 채우고 뒹굴뒹굴하다 집 나서려던 대수 그제야 떠오른 어제 그 애, 윤이 생각에 얼른 옆집으로 뛰어갔다가 마침 문 열고 나오던 윤이랑 마주쳐라. 치덕치덕 붙은 반창고 사이로 핏자국 보이고 울었는지 눈도 좀 부어있고 그래라. 뭐꼬, 어제 내가 다 닦아줬는데. 대수 윤이가 뭐라 하기도 전에 집으로 데려가서 다짜고짜 밥상 밀어주고 먹어라, 하면 좋겠다. 커다란 눈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보는 윤이한테 턱짓하다 아, 제 머리 쿵 때리고는 밥 한 공기 퍼다 주겠지.


그렇게 둘이 친해지고 나서 먼 훗날 윤이 그때 왜 그랬냐 물으면 대수 아무렇지 않게 제가 깔고 앉은 풀이나 뜯으며 그냥 니 배고파 보여서, 대답해라. 대수는 당연히 몰랐겠지만 윤이 기억엔 제대로 된 아침 처음으로 먹은 게 그날이어라. 그래서 아마 그때 반했을 거라고. 내게 그렇게 해준 건 너뿐이라 좋아진 거였다고. 윤이 나중에 대수한테 고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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