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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조윤 160124

dbsldbsl 2016. 2. 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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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 짝사랑하는 윤이 보고 싶다. 대화라는 걸 나누는 건 아무리 봐도 저뿐이고, 누구한테도 관심 없는 것 같아서, 대놓고 다정하진 않아도 은근히 저 챙기고 가끔은 따뜻하게 웃어주기도 하는 게 조금은 저와 비슷한 마음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윤이 두 눈 꾹 감고 지원아, 좋아해. 고백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아무 답이 없어라. 윤이 심호흡 몇 번 하고 슬쩍 눈 뜨면 지원이가 팔짱 끼고 고개 기울인 채로 빤히 바라보고 있겠지. 무슨 뜻이야? 평소와 다른, 저 외의 사람에게만 내는 무심한 목소리여서 윤이 심장 철렁하면 좋겠다. 으응? 친구, 친구로서 좋아한다고. 네가 내 친구라서 좋다고. 하고 어색하게 웃는 윤이한테 뭐야... 하고는 가자며 일어서는 지원이. 윤이 얼른 지원이 뒤 따라가면서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고백은 실패했지만 지원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


윤이 그것 때문에 엄청 상처받진 않을 것이다. 어차피 세상에 절 좋아해 주는 사람이야 늘 없었고, 체념이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익숙한 거였으니까. 그렇게 된 건 물론 가족 때문이지만 윤이 전에도 좋아하다 차인 적 많아서 그렇기도 하면 좋겠다. 늘 사랑이 고파서 그런지 친해지고 나면 친구로 모자라 더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은데 그게 늘 남자여서 상대방이 ??? 하는 거지. 윤이 그럴 때마다 이번처럼 넘겨서 사이가 불편해지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어쨌든 그렇게 거절 아닌 거절당하고 나면 깨끗이 마음 접어서 오히려 홀가분해지기도 하고 그럴 것 같다.

근데 지원이 윤이가 고백했을 때 사실 엄청 놀랐던 거면 좋겠다. 전부터 윤이가 저 좋아하는 거 아닌가 계속 의심했으니까. 무심코 고개 돌렸을 때 눈 마주친 적이 많다거나, 무슨 여자애도 아니면서 제 손 닿으면 흠칫 놀랐다거나, 엎드려 자는데 왠지 따가운 시선이 느껴진다거나, 음식 엄청 가리는 거 같은데 제가 먹자는 거 뭐든 다 좋다고 해놓고는 결국 탈 난 적도 여러 번이고 등등 그런 경험이 끝도 없이 생각날 것이다.

언젠가 그런 적도 있었겠지. 내내 맑다가 하교할 때쯤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윤이가 제 우산 주면서 너 쓰고 가. 했던 거. 너는? 묻는 지원이한테 유니 사물함에 하나 더 있어, 나는 공부 더 하다 가려고. 오늘은 집에 일찍 가기가 좀... 하며 대충 얼버무렸을 것이다. 지원이 평소 같으면 우산이 둘이라는 말 따위 믿지 않았을 텐데 몸이 정상이 아니라 그랬는지 얼른 집에 가 눕고 싶다는 생각뿐이라 그랬는지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고개 끄덕이고 말았던 거였겠지. 윤이 집안 사정 대충 알기도 했고. 결국 다음날 윤이는 결석까지 했을 것이다. 이틀 만에 나타난 얼굴은 지나치게 수척했고.

그런 일이 점점 쌓이다 보니 지원이 점점 의심이 커진 거겠지. 제가 원래 눈치가 빠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설마 했는데 윤이가 좋아해, 했을 때 확신한 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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