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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조윤 150530-01

dbsldbsl 2015. 5. 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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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랑에 휩쓸려 망망대해를 떠돈지도 어느덧 이레가 지났다. 이십여 년 해적질을 한 형배지만 며칠째 섬 하나 발견하지 못하고 헤매기만 하는 건 처음이었다. 부하 셋을 잃었고 배의 후미는 흉물스러울 정도로 부서졌다. 가진 식량은 대부분 물에 빠져 하루만에 바닥이 났으며 그나마 있던 식수도 고갈되어 몸은 한계에 이르렀다. 이대로 끝인가, 이리도 힘없이. 그래, 난 곳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도 괜찮겠지. 부모대신 저를 키워낸 바다가 이제야 그 대가를 받아내려는 모양이다. 바싹 마른 입가에 옅은 웃음이 맺혔다.


희미해져 가는 정신은 자꾸만 생명의 끈을 놓아버리라 유혹한다. 수시로 덮쳐드는 수마를 밀어내는 것도 지쳤다. 눈을 감았다 영영 뜨지 못할까 겁이 나 최소한의 수면만을 취한 게 벌써 나흘째다. 그래도, 그래도 아직은... 숨이 붙어 있고, 사지가 움직이는데 포기는 일렀다. 형배는 늘어져있던 몸을 일으켜 뱃전에 기대어 섰다. 피부에 달라붙는 공기가 불쾌할만큼 축축하다. 너무도 익숙한 짠내음이 생경하게 느껴졌다. 뇌리를 파고드는 부정적인 망상 따위는 털어버릴 셈으로 고개를 세차게 흔들던 형배는 급습한 현기증에 숨까지 멈추었다. 작은 움직임마저도 버겁다. 이대로 눕고만 싶다. 아니, 아니다. 그리할 수는 없지. 형배는 말라버린 침을 삼켜내는 것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피가 도는 것도 멈추었나 싶게 차디찬 손가락을 까딱이며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을 밀어올리는 순간 저 멀리 보이는 건... 수차례 눈을 깜빡이고, 아플만큼 비벼봐도 사라지지 않는 형체. -유, 육지, 육지다! 일어나라 이놈들아. 어서 일어나. 살았어, 살았다고. 제 외침에 조는 건지 기절한 건지 분간이 가지 않는 부하들이 하나둘씩 몸을 일으킨다. -봐라, 어서. 나 말고 앞, 앞을 보라고! 멍하게 뜨인 수십개의 눈이 정면을 향했다. 뿌연 안개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건 틀림없는 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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