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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조윤 150709-02

dbsldbsl 2015. 7. 1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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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제 착각일 뿐이었는지 그 속내가 원래 그랬던 건지, 왕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 몸만 탐했다. 초야부터 격했던 정사는 아무리 겪어도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도저히 더는 버틸 수가 없다 아무리 사정해도 왕은 절대 봐주는 법이 없었다. 부드러운 건 단지 말투뿐 거친 허릿짓에 아래가 성한 날이 드물었다. 멈추지 않고 끓어오르는 욕정에 밤새 시달리다 기진하여 혼절하기가 일쑤였다. 냉정하고 잔인한 성정이었지만 저에게만은 너그럽고 다정했던 대군은 어디에도 없었다. 언제부턴가 용안을 떠올리기만 해도 어성을 듣기만 해도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윤의 낯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앓아눕는 날이 늘어갔다.




막사 안에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던 왕은 멀리서 들려오는 개짖는 소리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제야 제대로 된 사냥을 하겠구나. 흥이 난 표정으로 말에 올라타고는 안내하는 심복의 뒤를 따라 달렸다. 점점 진해지는 피비린내가 윤의 체향처럼 달콤하게 느껴져 왕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말에서 내려 좁은 길을 걷다 도착한 곳에선 나무를 등진 윤이 네댓 마리의 개와 대치하고 있었다. 이미 하나를 베어냈는지 도포자락이 붉게 물든 채였다. 못쓰게 된 오른팔 대신 왼손에 검을 쥐고 눈을 날카롭게 빛내던 윤은 제게 달려드는 개의 목을 정확히 갈랐다. 고운 얼굴에 짐승의 피가 튀었다. 연이어 공격하는 개를 거침없이 해치운 윤은 그대로 주저앉아 거친 숨을 몰아쉬다 호탕한 웃음소리에 고개를 들고 간신히 몸을 세웠다. 그제야 왕이 저를 지켜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제가 일부러 도망하게 놔두었다는 것도.


-아직도 쓸만하구나. 어디 그 실력 좀 더 보여다오. 왕이 손뼉을 치며 건넨 말이 끝나게 무섭게 순식간에 모습을 드러낸 무사들이 활을 쏘았다. 이미 지쳐 있던 윤은 이를 악물고 힘겹게 쳐내다 왼쪽 어깨에 박힌 화살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끝에 달린 붉은 깃털은 분명 왕의 것이다. -쯧쯧. 짐의 기대가 너무 과했던 모양이다. 성큼 다가온 왕은 검을 빼앗아 멀리 던져버리고 멍하게 화살 끝을 바라보는 윤의 뺨을 거세게 후려쳤다. 물고 있던 입술이 터져 피가 주르륵 흘렀다.


주위에 늘어선 이들에게 뒤돌라 명한 왕이 다짜고짜 윤을 바닥에 밀어 눕혀 바지를 벗겨내리자 커다란 눈동자가 금세 두려움으로 젖어 들었다. 제대로 서지도 않은 양물이 이미 부어 있던 아래를 비벼대는 느낌에 윤이 몸을 뒤틀었다. 버둥대는 움직임이 성가셔 어깨에 박힌 화살을 붙잡고 더 깊게 밀어 넣은 왕은 고통에 덜덜 떨리는 골반을 잡아 쥐고 무자비하게 제 것을 뿌리 끝까지 쑤셔 넣었다. 살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며 움직임이 금세 수월해졌다. 아래에 깔린 풀만 움켜쥐며 버티던 윤이 끔찍한 통증에 저도 모르게 몸을 뒤로 빼려 할 때마다 왕은 화살을 이리저리 움직여 상처를 벌렸다.


불로 지지는 듯한 어깨나 무참히 헤집어지는 아래는 입술을 짓씹어가며 어떻게든 참아내면 되었다. 하지만 저를 반쪽짜리 양반이라 멸시하고 괴롭혔던, 한때나마 훈련원 동기였던 이들이 듣는 곳에서 제가 베어낸 짐승의 피비린내를 맡으며 범해지는 건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리 눈에 힘을 주어도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감히 품에서 달아나려 한 건방진 제 것에게 벌을 주려는 목적만으로 허리를 퍽퍽 쳐올리던 왕은 힘없이 흔들리던 몸이 늘어지고 나서야 살덩이를 빼냈다. 의복을 갖춰 입는 동안에도 혼절한 듯 깨어나지 않는 윤의 뺨을 수차례 쳐서 기어이 눈을 뜨게 만들고는 피로 질척해진 아래에 바지도 입히지 않고 도포만 대충 여며준 채 그대로 말에 태웠다. 상처 입은 아래가 말의 등에 닿아 달리는 충격을 고스란히 흡수했고, 화살이 그대로 박혀있는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은 윤의 정신을 점점 희미하게 만들었다. 제 앞에 앉아 고통에 신음하는 몸이 당장이라도 떨어질 것 같아 왕은 윤을 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고 달렸다.




-근육이 상하였으나 시일이 지나면 큰 지장은 없을 것이옵니다. 소인이 성심을 다해,

-아니, 아예 못쓰게 만들어라.

-예에? ...소...송구합니다 전하.


저도 모르게 되물은 어의가 얼른 바닥에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 그 모습은 본체만체 피맺힌 입술과 부어오른 뺨을 살살 쓸던 왕은 말소리에 정신이 든 윤이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자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깨어났구나. 네 팔을 못쓰게 만들라 명했던 참이다.

-......

-왜 우는 게냐? 걱정할 것 없다. 팔이 아니라 다리병신이 되어도 짐은 널 버리지 않을 터이니.

-제가 잘...못했습니다...

-쯧쯧. 그만 울거라. 눈가가 짓무르겠다. 그래도 잘못의 대가는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


말의 내용과 달리 따뜻하게 미소 짓는 왕의 용포 소매 끝을 붙든 마른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긴 눈꼬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준 왕이 손을 떼어내어 입 맞추고 속삭이듯 물었다.


-다시는 달아나지 않겠다 맹세할 수 있느냐?

-...예... 전하. 다시는...

-내 이번 한 번은 너그러이 넘어가 줄 터이나 다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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