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조윤 160104
-태성이 니가 여기까지 웬일이야?
덜덜 떨면서 입 연 서인이한테 아까 걔 누구냐고 다짜고짜 묻는데 서인이 멍한 얼굴로
-어, 어? 누구?
-병신아 아까 니가 교문 앞에서 실실 쪼개면서 같이 얘기하던 여신, 아니 어쨌든 걔.
-아... 우리 형 말하는 거구나.
-뭐? 형? 친형? 너 같은 새끼한테 왜 그런 형이 있어?
어깨까지 붙들고 막무가내로 다그치는 태성 때문에 힘없이 흔들리던 서인은 식은땀까지 흘리며 변명 같은 설명을 했다.
-그게...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건 아니고 일곱 살 때 갑자기 생겼는데, 아니 그게 아니라 아빠가 밖에서 헉!
멍청하게 집안 얘기 불다 흠칫 놀라 입 닫고. 심각한 표정으로 듣던 태성이 뭐 어쨌든 너네 형이라는 거지? 알았으니까 가자. 하면서 직접 서인이 집 앞까지 어깨동무한 채 데려다주고.
다음날부터 옆에 찰싹 붙어서 친한척하면 좋겠다. 서인이 얼떨떨한데 평소에 누구 괴롭히는 거 본 적은 없지만 일진으로 유명한 태성이가
무섭기도 하고 친하게 지내자는데 밀어낼 수도 없고 해서 그냥 같이 다녔으면. 서이니 맨날 저 같은 애들만 사귀다가 새로운 자극에
태성이한테 푹 빠지겠지. 집에도 데려가고 당연히 유니도 마주치게 되고. 서인이가 맨날 얘기하던 그렇게 좋은 친구 태성이 처음 본
유니도 웃는 얼굴로 대해주겠지. 유니 집안에서 저 사람으로 대해주는 게 서인이뿐이라 엄청 사이좋다 치고. 태성이 유니하고 말
트고 난 뒤로는 서이니고 뭐고 유니한테 직접 만나자 밥 사 달라 맨날 연락했으면. 유니 귀찮다고 틱틱 대면서도 은근히 다 받아줄
듯. 근데 꼭 유니한테 윤이 누나 윤이 누나 해서 유니가 죽일 듯이 노려본 후에야 실실 웃으면서 아니, 형 하면 내가 좋겠다ㅠ
좋아한단 말은 하지 않고 철없는 동생인척하면서 계속 들이대던 태성이 하루는 엄청 가라앉은 목소리로 유니한테 전화 걸어서 형 잠깐만
나와봐. 하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에 유니 별말 없이 집 앞으로 나갔더니 태성이가 갑자기 끌어안는 거. 뭐, 뭐야 하고
당황해서 떼어내려는 유니 목에 뜨거운 숨결 와 닿으면 좋겠ㅠ 유니 얼른 태성이 뺨이며 이마, 목덜미 다 만져보는데 열이 펄펄 끓고
있겠지. 바로 집안으로 데리고 가려다가 멈칫한 유니. 집에 가족들 다 있어서. 그래도 서이니 친구니까 괜찮겠지 하고 다시
움직이려는데 태성이가 갈라진 목소리로 아니, 우리 집 가자 형 해서 택시 잡아타고 태성이 집 갔으면. 서툰 솜씨로 태성이 간호하다
침대에 머리만 대고 잠든 유니 일어나보면 침대에 누워있어라.
아직도 안색 안 좋은 태성이가 아침도 차려놔서 유니 미안한 마음 안고 밥 깨작대는데 얼굴 들어보면 태성이가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어라ㅠ 유니 밥 안 먹고 뭐 해? 물으니까 그제야 태성이 먹어 먹어 하면서 와구와구 먹기 시작하고. 유니 어젠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아무리 봐도 태성이 혼자 사는 거 같아서 너 가족... 하면 태성이 웃는 얼굴로 나 혼자 살아 해서 유니 더는 안 물을 듯. 속으로 외로운 애구나. 나 같은 애구나. 잘해줘야지. 이런 생각하면서. 그 뒤로 말투도 태도도 좀 더 부드러워지고.
-무슨 일인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윤은 당장이라도 따라나설 기세인 서인을 힘주어 차 안으로 밀어 넣고 세게 문을 닫았다. 창에 매달린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어린아이와 다를 바가 없다. 한동안 괜찮은 것 같더니 또... 모자란 거 없이 자라놓고 저보다 오히려 더 애정에 목말라 있는 듯 행동하는 게 얄밉기도 했지만 그런 식으로라도 저를 따르는 걸 내치고 싶진 않았다. 이번엔 그렇게 좋아하던 태성이랑 소원해진 게 그 이유겠지. 금방 갈게. 입모양으로 달래며 손을 흔들어 보내자마자 윤은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다. 웅- 벌써 세 번째 진동. 그새 쏟아진 메시지가 휴대폰 화면을 빼곡히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