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조윤 1599

담임 영화가 유니 임신한 거 제일 먼저 알면 좋겠다. 유니보다도 먼저. 학기 초부터 유니 점찍어두고 괜히 불러다 상담하는 척 잘해줘서 유니 마음 좀 풀어지고 나면 손도 잡고 머리도 쓰다듬고. 영화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는 유니 다정한 영화한테 점점 의지하게 되고. 어느 날 비쩍 마른 몸에 이상하게 배 나와 보여서 윤아 요즘 살쪘어? 물으면 티 많이 나요? 배가 자꾸 나오는 거 같아서 밥도 안 먹었는데 하겠지. 영화 이상한 느낌에 유니 숙직실 데려가서 다짜고짜 옷이나 벗겨라. 유니 왜 왜 이러세요 선생님 하지 마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리는데 유니 손 뿌리치고 단추 뜯듯 풀어보면 진짜 배가 볼록하겠지. 영화 유니 양어깨 붙들고 너 이거 뭐야, 누가 이랬어? 윽박지르는데 유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네? 하겠지. 영화 굳은 얼굴로 배 가리키면서 낮은 목소리로 어떤 놈이야 이거 묻는데 그제야 유니 모...르겠어요 했으면. 영화 기가 막혀서 계속 다그치니까 유니 울먹거리면 개좋겠다. 근데 진짜 누군지 확신이 안 서겠지. 아버지 친구 화담인지 옆 학교 양아치 우치인지 반장 지워닌지. 영화는 유니가 이 남자 저 남자랑 자고 다니는 앤지 꿈에도 몰랐을 듯. 친구도 없이 공부만 하는 모범생으로만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