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치조윤 151230
조회장 따라간 윤이는 형제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애쓰는데 시작부터 너무 달랐으니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듯. 조회장은 그런 윤이를 늘 탐탁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누나들이나 서인이나 갑자기 생긴 이복형제 윤이 사람 취급도 안 할 테고. 윤이가 그럭저럭 성과 내도 조회장은 혀차면서 역시 피는 어쩔 수가 없다고 할 것 같음.
윤이는 힘들 때마다 자연스레 우치를 떠올리겠지.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쁘다고 사랑스럽다고 말해주던 우치. 따뜻했던 품이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손길이나 틈만 나면 쪽쪽대던 입술이 그리워서 맨날 울 것 같다. 그래도 독하게 마음먹고 돌아가지는 않겠지. 어릴 때부터 엄마랑 힘들게 살아서 그렇다고 해야지. 늘 빚에 쪼들리고 엄마가 사채 쓰다 죽고 뭐 대충 그런. 그리고 우치한테 미안하기도 하니까.
어쨌든 오 년 정도 지나서 지칠 대로 지친 윤이 술김에 우치 찾아갔으면. 사실 취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취해서 그런 거라고 제게 변명하면서. 전에 같이 살던 집 도착해서 번호 누를까 말까 망설이는 윤이. 우치가 이사 갔을 수도 있으니까. 굳이 기억 끄집어 내지도 않았는데 손 움직이는 대로 번호 누르면 문이 열리겠지. 그때부터 눈물이 줄줄 흐를 것 같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면 현관부터 예전 그대로일듯. 둘이 밤마다 신고 나가던 슬리퍼, 거울 앞에 놓인 향수, 방문 앞에 붙은 둘의 사진들, 식탁 의자에 걸린 우치의 앞치마, 욕실에 나란히 꽂혀있는 칫솔 두 개 뭐 그런 것들.
우치 집에 불 켜진 거 보고 숨도 못 쉬고 한참 굳어 있다가 천천히 들어서면 현관에 못 보던 구두 하나 놓여있겠지. 심장은 터질 듯이 뛰기 시작하고 울컥하는 거 애써 참으며 방으로 걸어가는데 꿈에서도 잊은 적 없던 익숙한 뒷모습 보는 순간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릴 듯. 조심스레 침대 위에 올라가 윤이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목덜미에 얼굴 묻고 소리 없이 울 것 같다. 뒤돌아 있는 윤이도 자는 척하고 있지만 울음 참느라 들썩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