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조윤 151207-02
술냄새 쩌는 지워니 유니 볼에 뽀뽀하고 우리 윤이 형이 많이 좋아하는 거 알지. 해도 유니 그저 굳은 얼굴로 입술만 깨물면서 지워니 옷도 갈아입혀주고 얼굴도 닦아주고. 윤이 그날 이후로 계속 표정 안 좋으니까 지원이 윤이 불러내서 외식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얼굴에 윤이 흠칫. 지원이랑 반갑게 인사하고 또 보네요? 하는 사람은 지원이 데려다줬던, 고등학교 선배 영화여라. 입학하자마자 찍혀서 당했는데 처음엔 반항했지만 맞는 게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결국 영화가 하란 대로 다 해줬던 거겠지. 그러다 보니 몸에 상처 나는 일은 거의 없어도 정신은 더 피폐해졌고. 그렇게 한 학기 지나고 방학 때도 영화가 매일 불러내니까 죽고 싶어서 손목도 그었고. 근데 또 죽기는 무섭고 싫으니까 죽을 만큼은 못하고. 결국 저만 탓하다가 심하게 당하고 방에 누워 끙끙대던 날 아버지한테 욕먹고 얻어맞고 가출한 거여라.
어쨌든 영화 배 터지게 먹고 나가는 길이었으면서 일행에서 빠져나와 일부러 지조네 합석해라. 윤이 지원이가 이것저것 챙겨주는 거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입에 넣고 씹기만 하다가 2차로 술 마시러 가는데 지원이 화장실 간 사이에 영화가 윤이 옆에 슬쩍 앉음. 허벅지 쓱 쓸어 올리면서 더 예뻐졌네, 지원이가 잘해주나 봐. 윤이 어느새 엉덩이 쪽으로 옮겨간 손 세게 쳐내는데 영화가 씩 웃으면서 물어봐라. 근데 너 걸레인 건 아냐? 쟤 성격에 너 같은 걸 데리고 살리가 없는데. 아니지, 사람은 겉만 봐선 모르는 거니까. 막 굴러먹은 애가 더 좋을지도. 너 정도면 뭐... 하며 혼자 큭큭 대고. 유니 저로도 모자라서 지원이까지 욕보이는 영화 때문에 부들부들 빨개진 눈으로 노려보다가 지원이 와서 얼른 눈 깜빡이며 나오려던 눈물 밀어 넣고. 영화 마주 앉은 지원이한테 눈 찡긋하면서 야 둘이 진짜 잘 어울린다, ...맞지? 지원이 ??? 하다가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윤이는 내 동생이야 하며 정색하는데 유니 그 와중에도 또 심장 덜컹.
집에 와서 지원이 유니 표정 안 좋으니까 불편했어? 걔가 좀 가벼워 보여도 좋은 놈이야. 너도 이제 사람들 만날, 하다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윤이 보고 미안, 다음부턴 그런 일 없게 할게. 하면서 안아줘라. 며칠 후 윤이한테 모르는 번호로 전화 오는데 당연히 영화겠지. 지원이 휴대폰 몰래 뒤져서 알아낸 걸로. 윤이 그냥 끊어버리면 바로 문자 오겠지. 지원이가 알아도 상관없어? 결국 윤이 영화랑 모텔 가서 옷 벗겨내는 손길에도 미동 없이 눈만 감고 있는데. 엎드리게 하고 젤 바른 손가락으로 몇 번 쑤셔 보던 영화. 존나 뻑뻑한 게 만족스러워서 자꾸 웃음 나겠지. 그동안 얌전히 있던 게 기특하다고 칭찬해주면 유니 못 참고 눈물 또르르 흘려낼 것. 윤이 울거나 말거나, 아니 오랜만에 듣는 끅끅 억눌린 울음소리에 더 꼴려서 꽝꽝 박아대는 영화. 윤이 버티기 힘들어서 엉덩이만 들린 채로 고개 파묻고 시트 축축해질 만큼 울면 좋겠다. 영화는 제가 만들어줬던 흉터 아직도 여러 개 남아있는 등이나 허벅지 쓸어대면서 흐뭇해하고. 영화가 싼 거 안에 품은 채로 영화 손에 억지로 사정까지 한 윤이 그 때로 돌아간 거 같은 게 너무 끔찍해서 애처럼 엉엉 울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