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조윤 151023
조대감에게는 이미 본부인이 낳은 아들 서인이가 있고 윤이는 첩 소생임. 막둥이인데다가 태어난 지 일 년도 안되어 어미를 잃은 것이 가엾어서 우쭈쭈하며 키우는데 열다섯 되던 해에 갑자기 앓아누움. 의원이 진맥하고 나서도 한참을 고개 갸웃하다가 겨우 입 여는데 아무래도 소인인 거 같다 함. 조대감 어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버럭 하는데 드물지만 이런 경우가 있다고 직접 본 적은 저도 처음이라고. 대인과 소인은 짐승처럼 발1정기가 있어서 사람 취급 못 받고 대부분 천민 신세임. 상태가 더 악화되기 전에 대인과 몸을 섞어야 한다는 의원 말 무시하는 조대감, 아무리 그래도 제 자식을 천한 대인 놈과 짐승처럼 교1미를 하게 할 수는 없었음.
제때 본능을 해결하지 못한 윤이는 다음 달에 증상이 더 심해짐. 결국 조대감은 유니 방에 대인을 들이기로 하고. 묵묵하고 성실한 도치를 골라 깨끗이 씻기고 새 옷 입혀서 넣어줌. 처소 밖으로 새어 나오는 높은 교1성에 귀를 틀어막았지만 차마 발은 떨어지질 않고. 그렇게 밤새 계속된 정1사는 동틀 때쯤에야 끝이남. 도치가 나간 후 한참만에 유니 방으로 들어간 조대감. 비록 소인이라 해도 제 새끼니까 앓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천한 놈과 몸을 섞고 나서야 편안하게 잠든 모습이 너무 끔찍해서 방을 박차고 나감. 있던 정도 다 떨어져서 그때부터 조대감은 유니 거들떠도 안 보고.
갑자기 소인이 된 것도 어이가 없는데 아비가 눈길도 안주니까 죽고 싶은 유니. 부엌에서 몰래 칼 가져다 손목 그으려는데 겁나서 도저히 못하겠는 거. 그렇게 몇 번 시도만 하다가 마침 유니 방 찾은 서이니한테 걸려서 칼 뺏기고. 목숨이 그렇게 하찮냐며 뺨 얻어맞고. 그럼 저는 이제 어찌해야 하느냐며 우는 유니 품에 안는 서이니. 이 형이 아버지 대신 너를 아껴줄 거라며 달램.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묘한 색기를 뿜어내고 원래 오밀조밀 고왔던 이목구비도 하루가 다르게 아름다워져서 눈이 멀 지경인 거. 아무리 소인이어도 아우에게 욕정이라니 그런 생각을 하는 제가 끔찍한데. 유니는 의지할 데라고는 서이니 뿐이니까 볼 때마다 예전처럼 어리광도 부리고 품에 안기려 들고. 참다못한 서이니가 유니 약 먹여서 덮덮. 도치랑 매달 하는 것도 끔찍한데 믿었던 형까지 그러니까 목매려던 유니. 딛고 선 서안을 도저히 걷어찰 수가 없어 결국 그것도 실패하고.
제 손으로 목숨 못 끊는 거 몇 차례나 확인한 서이니 그때부터 수시로 유니 냠냠. 아버지한테 말했다간 기방으로 팔려갈 테니 알아서 처신하라고 하니까 유니는 그저 당할 수밖에. 그러다가 오랜만에 유니 처소 들른 조대감한테 걸리는 거. 서이니는 풀어헤친 옷자락 부여잡고 뛰어나가고. 맨몸으로 얼른 이불 끌어다 덮은 유니 보고 뒷목잡은 조대감. 서이니가 억지로 했을 거 안 봐도 뻔히 아는데도 유니 뺨 후려치고는 그 더러운 몸뚱이로 감히 서이니를 홀려냈냐면서 노발대발. 종들 불러서 당장 끌어내서 광에 가두라 함. 겨울에 옷도 없이 이불 둘둘 만 그대로 갇힌 유니. 이틀 만에 꺼내주면 병이 단단히 들어있겠지. 조대감은 의원외에 유니 처소에 아무도 들지 말라고 엄명을 내리고.
장난감 뺏긴 서이니 기방에서 술 마시다가 친우들한테 주정해서 아우가 소인인 거 소문나게 됨. 장자라는 놈이 아우를 범하질 않나 집안망신을 시키질 않나 이게 다 유니 때문이라 기방에 팔아버리려는데 차마 그것까지는 못하겠고. 대인과의 결합이 아니면 회임도 못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꼭 대인과 몸을 섞어야 하는 소인 따위 첩으로 들이겠다는 사람도 구하기 힘들어서 어째야 하나 하던 조대감.
그런데 서인이가 자주 가던 기방 포주 형배가 찾아오면 좋겠다. 기생으로 사 가는 게 아니고 혼인을 허해달라면서. 천박하지 않고 지식도 있고 해서 신분이 다름에도 서이니와 벗처럼 지내던 사이. 그래서 유니 어릴 때부터 가끔 보기도 했고. 멀쩡한 사내아이니까 아우처럼 여겼는데 서이니 주정 듣고 계집보다 어쩌면 기방에서 제일 잘나가는 기생보다도 고운 것 같은 얼굴 자꾸 떠올라서 찾아온 거. 썩 내키지는 않지만 데리고 있어봤자 문제만 일으킬 유니 행배한테 주기로 한 조대감. 유니가 싫다고 울면서 사정해도 보내겠지.
행배는 도치도 달라고 함. 그래도 제 처인데 다른 놈과 또 몸 섞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다고 하던 놈이 하는 게 그나마 낫지 않겠냐면서. 어쨌든 그렇게 혼인해서 그럭저럭 사는데 어쩔 수 없고 한 달에 단 하루지만 도치랑 응응하는게 점점 참을 수가 없게 되고. 결국 발1정기가 와도 도치 들이지 않고 대신 제가 안는데 아무 소용이 없겠지. 유니 다 죽게 생길 때쯤에야 겨우 도치 불러들이는데 옆에서 다 보고 있는 거. 저랑 할 때는 별 반응도 없더니 도치랑은 마치 한 몸인 듯 섞이니까 질투는 점점 쌓이고. 다 알고 데려왔으면서도 그걸로 유니 괴롭히면 좋겠다. 그러다가 맨날 처맞는 유니 보다 못한 도치가 유니 데리고 도망가려다 걸린다거나 그대로 둘이 도망가서 애 낳고 산다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