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

수양조윤 150521-02

dbsldbsl 2015. 8. 19. 00:28
반응형
고운 만큼 살살 다루려는 마음이 없지 않았던 형배지만 그것도 몰라준 채 매번 거부하고 틈만 나면 도망 치려하는 윤이 때문에 거친 성정에 불이 붙어 하루가 멀다 하고 두들겨 팼지. 연모한다는 말은커녕 입에서 나오는 거라고는 천한 놈, 금수만도 못한 놈, 네 흉측한 머리 반드시 몸에서 떼어주겠다며 으르렁거리는 소리뿐이고. 짓무른 손목이 안쓰러워 상처를 치료해줄 겸 잠시 풀어주기라도 하면 그대로 달려들어 제 목을 조르려 드니 묶어둘 수밖에.

그러는 중에도 날마다 결합한 몸은 회임을 했음. 제 신경을 긁어대는 짓만 하는 윤이지만 씨를 밴 몸을 상하게 할 수야 없는 노릇이니 묶여 있던 것도 풀어주고 산부에 좋다는 약도 갖다 바치는데 살쾡이 같던 눈빛이나 독설만 퍼붓던 입이 하루아침에 달라짐. 애까지 가졌으니 제까짓 게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흐뭇해하는 형배의 짐작과는 다르게 윤은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은 제 첫아이 생각에 우울해진 거였지. 음식도 거부하고 그저 누워있기만 하는 윤이 때문에 형배는 안절부절못하는데 달래도 보고 윽박도 질러보지만 윤이는 대꾸도 없이 감은 눈조차 뜨지 않았음. 점점 말라가는 몸에 결국 의원 불러다 진맥하게 하니 산부도 태아도 위험하다는 진단 내려주겠지. 강제로 생긴 씨지만 제 자식을 더는 죽일 수 없단 생각에 윤이는 무거운 몸 일으켜 밥도 먹고 배도 쓰다듬으며 아이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키워나감. 제대로 된 대화라는 걸 해본 적 없이 폭언과 폭력만이 오가던 형배와의 사이도 조금이나마 부드러워졌고.

그러다 평소에도 늘 충돌하던 패거리가 형배 무리를 급습하고. 저를 보호하다 칼 맞은 형배를 뒤로 한채 부푼 배 끌어안고 도망친 윤이 갈 곳이라고는 아비 집 뿐이었지. 문이 채 열리기도 전에 쓰러진 만삭의 몸을 종들이 집안으로 옮기고. 기력이 쇠한 상태에서 수차례 고비 넘겨가며 나온 아이는 이미 죽은 상태였음. 아이를 또 잃었다는 슬픔에 식음을 전폐하고 산송장처럼 누워만 있는 몸은 삶에 의욕이 없으니 회복은커녕 나날이 말라가기만 했지. 약한 숨소리만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걸 알게 해줄 뿐.

조대감 댁에 고기 대러 온 백정 도치는 대궐 같은 저택에서 길을 잃어 이리저리 헤매다 안채로 들었는데 열린 문틈으로 죽은 듯이 누워만 있는 윤을 보게 되고. 저도 모르게 홀린 듯이 다가가니 사람인지 귀신인지 모를 미색이겠지. 가만히 그 얼굴 바라보다 갑자기 제 옷자락을 잡아오는 손에 놀라 뿌리치려는데 앙상한 손가락이 어찌나 센지 떼어내기가 쉽지 않고. 한참이 지나도 놓아주지 않아 누구 눈에 띌까 점점 불안해질 때쯤 얇은 입술이 내는 작은 소리에 귀를 갖다 대었는데 어느새 제 입이 닿아 있는 거. 저도 모르게 한 행동에 기겁하여 떨어지고 얼른 밖으로 나서는데 그날 밤에도 자꾸 떠오르는 손가락과 입술에 결국 잠을 못 이루고.

그 댁에 들를 때마다 안채를 기웃거리는데 종놈 하나 얼씬하는 꼴을 볼 수가 없었지. 들킬 걱정이 없어진 도치는 점점 대담해지고. 입술을 맞대는 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 옷자락 하나하나 벗겨내던 순간 처음으로 눈을 뜬 윤에 뒤로 나자빠짐. 앉은 채 뒷걸음치던 도치는 놀라지도 소리를 내지도 않고 미동 없이 그저 눈만 깜박이는 윤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하얗게 드러난 몸에 손 갖다 대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었지. 이 도령이 백치라도 된 것인가 하며 하던 일 마저 하기로 한 도치는 고운 살결 쓰다듬는 것만으로도 일어난 제 것 아래에 들이미는데 윤은 약한 신음만 낼 뿐 전혀 거부하지 않고. 그동안 쌓아왔던 제 욕정 다 풀어낸 도치가 진이 빠져 그 옆에서 잠드는데 깨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어 두리번거려도 제가 취했던 몸은 색색거리는 숨소리만 내며 잠들어 있고 제 사지는 멀쩡히 붙어있었지. 그 뒤로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들어 기력 없는 몸 안는데 누구 하나 제지하는 이 없으니 욕망은 식을 줄 모른 채 날로 커져만 가고. 몇 차례 쏟아낸 아래를 넣은 채 잠들었다가 갑자기 제 몸을 끌어내는 손길에 눈이 번쩍 떠지는데 이미 멍석에 말린 뒤겠지.

제 의지로 엮인 건 한 번도 없었을 뿐 아니라 두 번은 억지로 당한 셈이지만 어쨌든 옆에서 사내가 셋이나 죽어나가는 걸 본 윤은 씨를 받아야 품어야 하는 몸임에도 이를 거부한 채 땅에 집착하기 시작하고. 나주 땅도 모자라서 전라도 땅 다 긁어모으는데 그 소식 들은 도사 우치가 혼내주러 등장. 하지만 역시나 유니 보고 반한 우치. 본분은 잊고 유니한테 들이대고. 남자와 엮일 생각 따위 없는 유니는 철벽 치는데 우치는 포기할 줄 모르고. 지극 정성으로 들이대는 우치 보고 유니는 한숨 쉬면서 나랑 엮이면 목숨 부지하기 힘들다고 털어놓는데. 우치는 나는 도사라 그대보다 몇백 년은 더 살 텐데 뭐가 걱정이냐면서 달래고. 그 말에 윤이는 점점 마음 열게 됨.

그러다 이미 왕 된 수양 귀에 나주 땅귀신 소문이 들어가서 직접 찾아오는데 땅귀신이 아니라 선녀가 보이니까 내 후궁이 되어달라면서 추근대고. 이미 우치한테 마음 준 유니는 거부하는데 수양이 이 조선을 네게 안겨줄 것이라면서 자꾸 꼬시니까 원래 무관 되어 한탕 해보려다 어쩔 수 없이 포기했던 윤이는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야망으로 마음 흔들리기 시작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