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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조윤 150811-01

dbsldbsl 2015. 8. 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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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에 있는 외가를 방문한 영화가 우연히 유니를 보고 첫눈에 반함. 상대도 안 해주는 유니 졸졸 따라다니다가 절대 혼인하지 말라고 한양으로 돌아가자마자 부모님한테 말씀드리겠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며 신신당부한 채 떠남. 유니는 가만히 있다가 아버지가 정해주는 사람한테 팔려가느니 저 좋다는 영화가 아무래도 나을 테고 딱히 싫지도 않아서 아버지한테 영화에 대해 얘기함. 내심 혼처를 정해뒀던 조대감은 벌써 웬 놈과 눈이 맞은 유니가 괘씸했지만 영화 아버지 이름 듣고 수긍


몇 달 후 한양으로 오라는 연락에 유니는 먼 길을 떠나고. 도착해보니 영화는 이미 본처가 있음. 신분이 다른 유니를 본처로 들이겠다고 우기다가 비슷한 가문의 규수와 억지로 혼인한 거. 유니는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이제 와서 나주로 돌아간다 해도 더 나아질 처지도 아니고, 제 출신이 미천한 탓이니 싫어도 어쩔 수가 없었음.

그래도 아껴주는 영화 덕에 그럭저럭 잘 지내는데 한해 두해 지나면서 본처는 딸만 줄줄이 낳고 유니는 회임조차 못함. 이름난 의원을 다 찾아가 보아도 별다른 문제가 없건만 왜 회임이 안되는지 모르겠다 하고. 시부모는 원래부터 영화가 유니의 요사스러운 미색에 홀린 것부터 마음이 들지 않았던데다 애까지 못 가지니까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들인 거 같다며 본처가 딸만 낳는 것도 유니 탓으로 돌림. 처음엔 방패가 되어주던 영화도 부모 질책 듣는 것도 질리고, 아들도 갖고 싶은데 그게 안되니까 유니 보면 한숨만 나옴. 늘 기죽어 있는 게 답답하기도 하고.



-윤아, 지아비가 왔느니라. 뭘 하고 있는 게야? 어서 달려 나와 맞이하지 않고.

막 잠에 들려던 찰나, 적막한 집안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고성. 또 기방에 다녀온 모양이구나. 술을 마셨으면 곱게 사랑채로 들 것이지, 야심한 시각에 꼭 소란을 떨어야만 직성이 풀리는가. 윤은 자리옷 위에 무얼 걸칠 새도 없이 방을 나섰다. 달빛 아래에서도 취기가 역력히 드러나는 얼굴이 빙글 웃으며 저를 올려다본다. 저 미소에 가슴 설레었던 적이 있긴 했었나? 아주 먼 과거의 일인 것만 같아 기억조차 희미하다. 마주 웃어줄 마음 따위야 진작에 사라졌다. 영화의 허물은 오로지 제 탓이 될 터라, 이쯤 되면 일부러 그러는가 싶기도 하다. 날이 밝자마자 불러들여 질책할 시모의 얼굴을 떠올리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윤은 종놈의 부축을 받은 채로 삐딱하게 버티고 선 영화를 넘겨받아 안으로 이끌었다. 무게를 한껏 싣고 기대오는 몸뚱이가 마음의 짐만큼이나 버겁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술 냄새 사이에 섞여든 건 절대 반가울 리 없는 불쾌하고도 익숙한 향.

-역시 우리 윤이가 제일 곱다. 내 조선 팔도 기녀를 다 안아보았으나 너만 한 이가 없었느니.

기함할만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며 볼에 닿아오는 입술이 끔찍하다. 허리에 매달리다시피한 팔의 감촉에는 소홈이 돋았다. 윤은 얇은 옷깃 사이로 침범하려는 손을 단호하게 떼어내고 젖은 솜처럼 묵직한 몸을 금침 위에 눌러 앉혔다.

-밤이 깊었으니 일단 여기서 침수 드시지요. 저는 옆방으로,

채 돌아서기도 전에 손 하나가 붙들렸다. 모른 척 움직이려 하자 움켜쥔 힘이 더욱 거세진다.

-놓으세요.
-왜, 고고하신 부인께서는 오입질하는 서방과는 한이불을 덮을 수 없다는 겝니까?

좀 전까지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이가 맞는가? 어느새 눈높이가 같아졌다.

옷깃을 우악스레 잡아 쥔 영화가 다짜고짜 얼굴을 들이민다. 피할 새도 없이 툭,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입술이 맞붙었고, 얽힌 혀 사이로 비릿한 맛이 스며들었다.

-어이쿠, 부인 괜찮소?

원치 않았던 접문을 피하려던 것도 이유였지만 취한 몸이 무게로 밀어 오는 통에 바닥에 나자빠진 윤은 과장된 표정으로 손을 뻗어오는 영화를 노려보며 주저앉은 채로 물러났다. 하지만 방 안에서 도망하여 봐야 벽에 등을 기대는 것 외엔 도리가 없었다.

-이러지 마세요, 많이 취하셨습니다.
-그래, 좀 마셨지. 고운 달빛 아래에서 그보다 갑절은 더 고운 그대를 취하고 싶은 밤이로다.

순식간에 옷고름이 뜯기어 맨살이 드러났다. 놀라 굳은 윤에게 영화는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얼굴을 해 보였다. 아무리 거부해봐야 하늘 같은 지아비를 발로 걷어찰 수도, 손톱을 세워 얼굴을 긁을 수도 없는 처지인 것이다. 제가 원하면 언제든 몸을 열어야 하고, 씨를 품어야 하는 존재, 그게 바로 윤의 위치였다. 영화는 그대로 밀어 눕힌 몸이 미약하게 바르작대는 걸 힘주어 짓누르며 귓가에 후우- 뜨거운 숨결을 흩뿌렸다. 그제야 체념한 듯 움직임을 멈춘 윤이 눈을 감고 고개를 모로 돌리는가 싶었는데 철썩, 귀를 울리는 거친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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