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조윤 150521-01
한양에서 나주로 유람 왔던 영화가 숲에서 윤이한테 첫눈에 반함. 무관 준비하느라 수련하던 것뿐인데 검무 추는 선녀인 줄 알았겠지. 대대로 정승을 지낸 집안 적장자인 영화는 이미 혼인해서 정실부인도 있지만 어디에서도 본적 없는 미색에 취해 시종 시켜 알아보니 나주 부호 조원숙 아들이라네. 곧바로 조대감댁 문 두드려 아비 지위 팔아 다과상 받아 내고. 검 다루는 아드님에 대해 운 슬쩍 띄우니 서자란다. 영화는 잘 됐다 싶어 희색이 만연한 얼굴 들이밀며 바로 혼담 꺼내고. 조대감은 언제 한양 도령과 눈이 맞았나 싶었지만 눈엣가시인 윤이 치워버리려는 생각에 맞장구쳐주겠지.
윤이는 제가 첩으로 팔려가게 생긴 것도 모른 채 아비의 부름에 급히 달려오는데. 사흘 후 혼인하여 한양으로 떠나라 하는 거.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눈도 깜박이지 못하던 윤이는 울분을 꾹꾹 누르며 모르는 사내의 처는 절대 되고 싶지 않다 했지만. 네 그 더러운 피는 어디 가지 않는구나. 꼬여냈으니 그러는 거 아니겠냐고 윤이를 모욕하겠지. 입술을 깨문 채 저에게 꽂히는 비수를 그저 참아내기만 하던 윤은 저는 무과에 응시할 거니 제발 명을 거두어 달라며 사정하고. 처음으로 저에게 반기를 드는 윤에 분노한 조대감은 손에 잡힌 벼루를 들어 던지려다 혼인 앞둔 몸에 생채기를 낼 수 없어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억지로 내렸지만. 벼루는 윤이 바로 옆에서 박살 나겠지. 넘쳐나는 재물에도 변변한 벼슬을 못해본 조대감은 네놈이 양심이 있으면 저는 물론 앞으로 집안의 장자 서인이의 장래까지 생각해서 한 번이라도 쓸모 있는 일을 하라며 영화네 집안 덕 볼 심산으로 윤이 다그치고.
사흘 후 처음 보는 사내와 식을 올리고 첫날밤을 맞게 되는데. 털 세운 고양이 같은 윤이 보며 허허 웃은 영화는 그 몸을 억지로 취하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잘 달래어 살아야겠다 싶은 마음에 노려보는 윤이 그대로 두고 혼자 잠들어버림. 두 주먹 꽉 쥔 채 절대 몸 내어주지 않겠다고 이 악물고 있던 윤이는 예상과 다른 영화의 태도에 당황했지만 차마 옆에 누울 수 없어 혼례복 입은 그대로 기구한 제 운명을 탓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타의로 무과도 포기한 채 고향을 떠나 첩 생활 하게 된 윤이는 마음부터 얻기로 결심한 영화가 아무리 잘해줘도 절대 한자락도 내어주지 않는데.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제 태도에도, 두 마디 이상 들려주지 않는 목소리에도, 영화는 속도 없는지 그저 어여쁘다며 웃기만 하고. 어릴 적 아비의 애정을 잃은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따스함에 얼음 같던 윤이 가슴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슬슬 녹아내리겠지.
요사스러운 미색으로 남편을 홀려놓고 측실이란 위치에 걸맞지 않게 도도했던 윤이가 거슬렸던 본부인은 그래도 그 태도가 결국 영화를 지치게 할 거란 기대로 대놓고 투기하지 않으며 현숙한 아내인 척했는데. 점점 좋아지는 둘 사이에 불만이 점점 쌓이겠지. 그러다 오 년 넘게 회임하지 못한 저를 제치고 윤이가 먼저 집안에 경사를 불러와 시부모의 애정도 모두 윤이에게로 향하게 되고. 영화 앞에서는 보약까지 챙겨가며 위해주는 척하여 조강지처다운 부인 때문에 가내가 평안하니 나는 처복이 많은 사내요.라는 말까지 들었음. 하지만 뒤로는 그 씨를 없앨 생각만 하며 이를 갈았지. 영화가 없는 틈을 타 괜한 트집을 잡아 윤이를 괴롭히며 마음고생 시키기도 하면서.
살이 올라도 모자랄 판에 점점 말라가는 윤이 기분전환이라도 시켜줄 겸 산책 데리고 나간 영화는 갑자기 달려드는 말에 윤이 보호하려다 절벽 아래로 굴러 크게 다치더니 다시는 오지 못하는 길로 가버림. 처음으로 마음 준 사내를 잃은 충격에 끙끙 앓던 윤이는 결국 유산하고. 남편을 잡아먹더니 남은 하나의 핏줄마저 죽였다며 통곡하는 본부인 앞에서 죄인이 되어버린 윤이는 시부모에 의해 내쳐지겠지. 네놈 때문에 우리 집안 대가 끊기게 되었다는 이유로.
갈 데 없는 윤이는 나주로 내려왔지만 조대감이 이미 꿰찬 제 자리를 뺏긴 것은 물론 아들만 낳으면 서인이를 등용하겠다는 약속이 모두 물 건너가 버림. 그러니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서자를 대하는 태도는 북풍한설보다 더 매서워질 수밖에. 전보다 한층 격해진 폭언을 견디다 못해 예전에 수련하던 숲으로 답답한 마음 달래려 나갔던 윤이. 아련하게 떠오르는 영화 얼굴에 눈물짓는 모습이 나주는 물론 전라도를 평정한 건달 두목 형배 눈에 띄고 말았네.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생을 안아보았지만 어떤 기방에서도 보지 못한 미색을 그냥 둘리가 있나. 그대로 들어다 제 소굴에 던져 놓았지.
쉽게 안기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으나 반항이 생각보다 더 거세어 결국 사지를 묶어두고 취하려는데 움직이기 힘든 상태에서도 몸을 뒤틀어대고 얼굴에 침까지 뱉어대니 난폭한 성정에 가만있을 리 없는 형배. 윤이의 매끄러운 뺨 부르틀 때까지 후려치고. 사정 봐주지 않고 가해진 폭력으로 결국 늘어진 몸에 제 욕정 다 풀어내고 보니 땀과 눈물로 얼룩진 얼굴이 제 혼을 쏙 빼놓을 정도인 거.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 다짐을 했지.